"격리될라" 슬쩍 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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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스에 대한 공항.항만의 검역이 강화되면서 위험 지역 여행자들이 증세를 숨기고 입국하는 사례가 많아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방역을 한층 강화하면 의심 환자가 숨어버릴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경우 2, 3차 감염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첫 사스 추정환자로 분류된 K씨(41)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인천공항 입국 때 검역 설문서에 자신의 증상을 표기하지 않았다. 체온검사에서 정상에 가까운 37.5도로 나와 체크되지 않았다. 다행히 공항 검역관이 안색이 안좋다고 보고 진찰했고 그 과정에서 격리된 것이다.

그는 입국 사흘 전부터 감기.몸살.근육통에다 약간의 기침을 앓았다. 사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숙소에서 칩거하다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K씨는 중국 베이징 공항이나 비행기를 탄 뒤 승무원들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K씨 주변에 6명의 내외국인이 앉음으로써 2차 감염 우려가 커진 것이다.

최근에 베이징을 다녀온 30대 사업가도 중국에서 기침을 하기 시작했으나 인천공항 입국 당시 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하면 격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엔 해열제를 먹고 입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공항에서 위험지역 입국자 전원에 대해 체온검사를 하면서부터 생긴 현상이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이 지금까지 하루 평균 7천여명에 달했으나 2~3일 전부터 8천5백여명으로 증가하면서 증세를 숨기는 사람도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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