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우성용 '이적생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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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봄'은 올 것인가. 올해로 출범 20년을 맞이한 국내 프로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단이 포항스틸러스다. 현대가(家)와 더불어 국내 프로축구 양대 산맥을 형성하며 원년부터 리그에 참여했던 포항의 발자취는 그대로 국내 프로축구의 역사였다. 1990년 국내 최초로 전용구장을 만들며 한국 축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곳도 포항이었다. 80년대 후반 이기근.조긍연.최상국 등 폭발적인 공격수들로 상대방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90년대 중반엔 황선홍과 라데, 그리고 홍명보란 걸출한 스타들을 한꺼번에 보유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그 후 흔들리던 포항은 2001년 말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최순호씨를 감독으로 영입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었으나 전력은 여전히 하향세를 거듭했다. 올시즌에도 지난달 29일까지 성적은 1승1무4패로 12개 구단 중 고작 11위. 새내기 대구와 광주에도 뒤처질만큼 자존심이 구겨졌다.

30일 포항 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 상무와의 홈경기는 그래서 포항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전반은 광주의 우세. 슈팅수에선 5-3으로 앞섰으나 날카로운 면은 전혀 보이지 못했다. 오프사이드 5개에서 드러나듯 김영철과 김상식이 주축인 광주 수비진의 지역방어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포항엔 '이적생 해결사' 우성용이 도사리고 있었다. 우성용은 후반 들어 7분만에 코난이 슈팅한 볼을 광주 골키퍼 백민철이 쳐내자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가볍게 슛, 골네트를 가르며 추락하던 포항을 곧추세웠다. 부산과 울산에서 각각 옮겨온 이민성.이길용과 함께 포항의 이적생 트리오를 형성하고 있는 우성용은 시즌 3호골을 기록, 김도훈(성남.5골), 우르모브(부산).에드밀손(전북).이준영(안양.이상 4골) 등을 바짝 추격하며 득점왕 레이스에 가담했다.

포항은 후반 38분 코난의 어시스트를 받은 김상록의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으며 최근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 끝에 승리를 따내며 시즌 2승째를 챙겼다. 이날 경기는 지난해까지 포항 유니폼을 입다 올해 상무에 입대한 이동국의 친정팀과의 대결로 또한 관심을 끌었다. 이동국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 종료 1분 전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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