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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트최후의회고록 제2부 『내가 알고있는것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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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스라엘이 81년에 인접 레바논과 이라크에 대해 적대행위를 함으로써 나의 예루살렘방문으로 시작된 중동평화정착 노력은 와해의 위기를 맞았다.
그해 4월 이스라엘의 레바논에대한 보복폭격으로 4백여명이 사망하고 1천여명이 부상했으며 또 6월7일에는 이라크의 바그다드근교에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이스라엘 전폭기의 폭격을 받아 철저히 파괴됐다.
이라크가 프랑스에서 들여온 원자력발전소는 2억7천5백만달러의 공사비가 들었으며 완공직전의 단계에 있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아랍권에 대한 적대행위가 있은뒤 각국은 우리 이집트의 태도를 주시했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이스라엘로부터 시나이반도를 돌려받는 82년4월까지는 이스라엘에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관망할 것이라고 말하기도했다.
그러나 그런 견해는 전혀 근거없는 추측이었다. 내가 79년에 캠프데이비드 협정에 서명했을 때 이미 이스라엘측의 시나이 철수일정이 확정됐고, 또 그 철수일정은 재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82년4월까지 관망할 필요가 없었다.
이스라엘의 적대행위가운데 보다 심각한 것은 이라크내의 원자력발전소 폭격이었다.
그것은 공격의 목적이 중동평화 자체를 와해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 그 공격으로 오래된 옛상처를 건드렸다. 이집트는 지난3년간 그상처를 치료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그런 생각은 잘못이었다. 그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더많은 시간이 필요할것 같다.

<30년동안 치러온 전쟁>
이라크내 원자력발전소 폭격으로인한 가장 위험한 국면은 이스라엘측이 우리 모두가 거부해온 옛날 방식으로 되돌아갔다는 점이었다.
나는 예루살렘의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단상에서 아랍측과 이스라엘사이에 가로놓인 문제의 75%는 양측을 격리시키고 있는 심리적 장벽이라고 역실한바있다. 나는 우리가 이스라엘과 평화문제를 토의하기 전에 그 장벽을 허물어버리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단언했던 것이다.
내가 말하는 심리적 장벽은 지난 30년간 계속된 양측의 사무치는 적대의식과 대결때문에 생겨난 것이었다.
그 30년동안 아랍진영과 이스라엘측은 4차례나 전쟁을 치렀고, 전쟁이 끝날때마다 서로의 증오와 원한은 더욱 깊어지고 가열되어, 그 심리적 장벽은 점점 높아져 가기만했다,
나는 그 증오와 원한, 그리고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지기전에는 중동에 진정한 평화를 기대할 수없다고 믿었다.
따라서 나는 예루살렘 땅에서 이스라엘 국민을 향해서 우리사이의 장벽을 과감히 허물어버리자고 외쳤던 것이다. 나는 나의 예루살렘 방문으로 이집트에서는 그 장벽이 극복됐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었다.
73년 10월전쟁이후 우리 이집트는 그장벽을 더이상 높이 쌓거나 계속되도록 내버려둘 필요가 없어졌다<주=67년 6일전쟁때 참담한 패배를 맛본 이집트는 73년10월전쟁에서 정신적으로 승리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오늘날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이스라엘측의 공격행위가 그 심리적 장벽을 새롭게 불러일으켜 내가 영원히 치유됐다고 믿은 옛상처가 덧나지나 않을까하는 점이다. 그런점에서 이스라엘측은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다.
중동평화문제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이미 3년전에 한번 시험을 받았다. 78년 아랍측이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회동하여 이집트를 고립시키고 국제기구에서 추방하기위해 이집트와의 관계를 끊기로했다. 그러나 아랍측의 이러한 기도는 실패로 끝났다. 3년이 지난 오늘날 이집트가 취했던 행동과 그결과에는 다른대안이 없다는 것을 모든 아랍국가들도 분명히 알게됐다.
그라나 중동평화협상의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원전시설을 폭격한것은 이집트와 중동평화협상자체에 새로운 시련을 안겨주었다.
내가 전에도 말한바있지만, 나는 아직도 그 누구라도 평화의 기반을 뒤흔들수는 없다고 믿고있다. 이집트는 평화에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아랍제국의 도전을 이겨냈다. 오늘까지 우리 이집트의 입장은 바로 그러하다고 믿고있다. 이스라엘은 원전폭격으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바로 평화에대한 위협이다. 그렇다고해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득표와 진로를 뒤집어 놓을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만이 원자력발전소를 가지는 권리를 누리고 다른 아랍국가는 그 권리를 박탈 당해야 한다는것은 양 진영사이의 옛상처가 덧나는 결과를 낳을뿐이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있기 사흘전 나는 샤름 엘 셰이크에서 「베긴」이스라엘 수상과 대좌하여 중동평화 문제를 토의하고, 평화정착에 대한 우리의 일관되는 공약을 천명했다. 그로부터 사흘뒤 나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베긴」의 명령에따라 이라크의 원자력발전소를 폭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라크측의 반응은 아주 객관적이었다. 나는 그들이 혹시 내가 이사건에 공모됐다고 비난하고, 「베건」수상과 회담했을때 이스라엘측의 군사행동을 알고있었을 것이라고 말할줄로 생각했다.

<소는 미국에 책임돌려>
그러나 이라크측의 반응은 대단히 사려깊은 태도로 나타났다.
「베긴」수상은 즉시 샤름 엘 셰이크회담때 나에게 아무것도 통보하지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이 사태로 어느편이 덕을 보게될지 생각해보지 않았던것이 분명했다. 소련은 재빨리 미국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나는 미국이 사전에 내용을 알고있었는지 그여부를 알지못했으므로 미국을 옹호할 수가 없다. 그러나「베긴」수상의 발표 수시간전에 일어났던 몇가지 사태에 관해서는 밝힐 수있다.
그날 아침 8시경 「호스니·무바라크」부통령은 미국 대리대사로부터 곧 만나자는 긴급전화를 받았다. 「무바라크」부통령은 관저에서 미국대리대사를 만났다. 미국대리대사는 샤름 엘 셰이크회담에서 내가 이스라엘의 이라크공격을 사전에 통고받았는지를 물었다.
「무바라크」부통령은 절대로 그런일이 없었다고 말하고, 확인을 위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무바라크」부통령은 사전에 통보받지 않았다는 나의 다짐을 미국대리대사에게 전달하고. 이스라엘측의 행동은 평화에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평화를 파괴한다는 것은 그렇게 손쉬운일은 아니다. 내가 여러번 애기했듯이 평화추구란 극심한 변화를 겪고있는 지역에서 조차도 변하지않는 유일한 가치다.
이런점에서 이스라엘측의 공격행위는 평화추구과정에서 우리가 부딪쳤던 최대의 위협이었던 것이다.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의 당사자인 미국·이집트·이스라엘 세나라가운데 어느 한나라도 평화달성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을수 있다.

<오해 풀어준 베긴성명>
이제 그당사국중의 한나라인 이스라엘이 무책임한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은 소련과 시리아에 우리에대한 선동을 새롭게할 백지수표같은 구실을 주게될 것이고, 이는 위험하기 짝이없는 사태발전일수 있었다.
우리는 시리아의 「하페즈·엘·아사드」대통령의 거짓말을 잘알고있다. 우리는 그가 자기나라 안에서 국민들에게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있으며, 레바논에 대해서 무슨짓을 했는지를 알고있다. 우리는 그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분리시키는 계획을 꾸미고 있는것도, 또 요르단의 「후세인」국왕을 위협하려고 기도하는것도 알고있다.
우리는 또 소련의 태도도 잘 알고 있다. 소련은 지난30년간 전쟁으로 갈라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평화를 이룩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있다. 소련은 현상태를 동결시킬 목적으로 평화에 반대하고 있다.
소련은 유엔안보리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간의 평화를 거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련은 다른 나라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강요하기를 원하고 있기때문이다. 만약 중동에서 어느 한나라가 다른나라와 평화를 원하면 먼저 소련의 승인을 받아내야할 정도로 소련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내가 이스라엘에 대해 소련과 시리아에 백지수표를 주었다고 경고했던 이유는 이스라엘의 무모한 군사행동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킬수도 있기때문이었다.
즉 소련군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강점사태의 인정, 아프리카에서의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지원인정, 그리고 이집트·시리아·리비아·남예멘·알제리·팔레스타인이 하께 철의 장막에 갇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도발행위로 소련에 제공된 그 백지수표를 돌려받아 갈기갈기 찢어 사용되지 못하도록 해야만했다. 이집트 국민들은 이스라엘때문에 가혹한 시련에 당면하고서도 나를 강력히 지지해 주었다.
나는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백지수표가 소련에의해 사용되지 못하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
나는 이제 우리 이집트 국민에게 몇가지 말해주어야할 것이있다. 『희망을 잃지 마시오. 심리적 장벽이 다시 쌓여지도록 하지마시오. 국민 여러분은 이스라엘의 이번 행위를 전적으로 비난하시오. 그러나 평화에대한 희망은 잃지마시오. 나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얼마나 평화를 갈구하고 있는지 알고있소-.』
우리는 가혹한 시련에 직면했는데, 그시련은 평화정착과정 자체의 시험이었다. 그리나 나는 평화정착과정은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이며, 우리가 구상했던대로 성취될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스라엘측의 레바논 공격에대한 내생각은 이라크원전폭격사건에대한 반응과는 약간 다르다.
물론 우리는 이스라엘측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을 폭격하는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 한발의 로키트포 공격이라도 팔레스타인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스라엘측의 여하한 공격도 단호히 배격한다.
우리 이집트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측에도 공격을 하기전에 신중한 고려를 하라고 얘기하고싶다. 그이유는 PLO와 정면대결하고있는 이스라엘이 언제든지 보복공격을할 준비가 돼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러한 충고를하면 다른 아랍측은 흔히 우리가 73년에 이스라엘을 공격했던 사실을 들어 이집트는 PLO의 공격을 비난할수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곤했다.
그럴경우 나는 10월전쟁개시 17일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을 도와 전쟁에 개입했을때 이집트는 공격을 중단해야만 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당시 나는 미국과는 전쟁을 할수 없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힘을 잘 알고있는 나로서는 이집트 국민과 국가를 도저히 상대도 안되는 전쟁에 몰아 넣을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인과 모든 아랍사람들이 힘을 규합한다면 이스라엘에 대적할수있을까.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패배할것이 뻔한 싸움을 벌이려 하는지-. 그들은 적당한 선에서 휴전을 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내 견해로는 그것은 곧 패전을 의미할 뿐이고, 아랍세계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위이며, 우리의 모든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일뿐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전에 개입하여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또 이스라엘에 보복공격을 가한 팔레스타인들도 참혹한 파괴를 얻었을 뿐이다.
나는 팔레스타인 문제해결이 보장되는 포괄적인 평화만이 사태해결의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의 것 단계조치는 이스라엘이 점령하고있는 웨스트뱅크(요르단강서안)와 가자지구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동지역에 완전히 자치를 이룩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동지역에서 철수하며 팔레스타인은 미국·이집트·요르단·이스라엘과 상의하여 그들이 취할 다음단계조치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나는 보복받을것을 고려하지도 않고 이스라엘 점령지에 대한 폭격을 결정한측은 이스라엘의 「베긴」수상이나 마찬가지로 사태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희생자이며, 같은 논리로 그들은 이스라엘을 공격하도록 명령한 사람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또한 「하페즈·엘·아사드」시리아대통령의 희생들이다. 「아사드」는 7년전에 레바논사태에 개입하여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호하는채 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게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는 구실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아랍사람들에게 묻는다. 『이 파괴로부터 여러분을 구원해줄 사람이 여러분 가운데는 없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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