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용도 세분화 앞두고 선점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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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45)씨는 이달 초 경기도 양평군 소규모 관리지역 농지를 샀다. 이 농지가 연말로 예정된 관리지역 세분화가 끝나면 개발할 수 있는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미리 '찜'한 것이다. 김씨는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된 땅과 그렇지 않은 땅과 값 차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지역(옛 준농림지와 준도시지역) 세분화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계획관리지역 지정 가능성이 큰 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계획관리지역에는 아파트나 공장이 들어설 수 있어 농업 생산과 환경 보전 등이 목적인 생산관리.보전관리지역보다 몸값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관리지역을 세분화해야 하는 곳은 수도권과 광역시, 광역시 인접 시.군 등 48곳에 이른다. 나머지 100여개 시.군은 2007년 말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관리지역은 전국 2만6179㎢으로 전 국토의 26% 정도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 특성을 감안해 관리지역을 세분화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일률적인 잣대로 땅을 매입했다간 낭패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관리지역 세분화 어떻게 진행되나=수도권에서 관리지역을 세분화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 연천.동두천.포천.평택.양주.이천.화성.고양.가평.광주.양평.여주.안성.파주.김포.남양주.용인, 인천 강화.옹진.서구 등 18곳에 이른다. 경기도 관계자는 "행정구역상 도시지역 밖인 읍.면이 있는 지자체가 대부분 관리지역 세분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들은 경사도, 고도, 도시용지.경지정리면적 비율 등으로 매긴 평가 점수에 따라 토지등급(1~5개 등급)을 분류하는 막바지 토지적성 평가를 하고 있다. 이 중 1, 2등급은 대체로 생산.보전관리지역, 4, 5등급은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된다.

계획관리지역은 토지 경사도.고도가 낮을수록, 공익 편익시설.기존 개발지에서 가까울수록, 도시용지.용도전용비율이 높을수록, 농업진흥지역에서 멀수록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용인시 관계자는 "원삼.백암.이동면 일대 관리지역 세분화를 위한 외부용역기관의 토지적성 평가 결과가 나와 토지공사에 검증을 의뢰했다"며"10월께 주민공람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주시도 점동면 등 10여 곳에 대해 관리지역 세분화 방안을 마련, 9월께 주민공람을 할 예정이다.

수도권에서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되는 면적이 전체 관리지역의 30~60% 선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본다.

◆ 투자자, 개발 가능한 곳 눈독=투자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경기도 가평.양평.연천.여주.이천과 인천시 옹진군 일대다. 외지인도 큰 제한 없이 농지나 임야를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평군 T공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경리 정리가 안 돼 있거나 항공 방제가 어려운 소규모 관리지역 땅이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하고 많이 산다. 값도 올 들어 30~50% 뛰었다"고 말했다. 인천 옹진군에서 주택사업을 하는 K사 관계자는"개발예정지 인근 땅은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방에서도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될 만한 땅은 올 들어 호가가 껑충 뛰었지만 매물이 귀하다. 울산시 울주군 한 중개업자는 "주민 공람 전 계획 관리지역으로 분류될 만한 곳을 찍어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 섣부른 투자 금물=관리지역 세분화는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아 투자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토지개발업체인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토지적성 평가에서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큰 5등급을 받았더라도 주변이 우량농지로 둘러싸여 있으면 생산관리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 주민공람을 한 뒤 매입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공간과 토지연구소 원구연 소장은 "일부 중개업자들이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될 것이라며 매수를 부추기는 경우가 있으나 섣불리 매입해선 안된다"고 전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옛 준농림지가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모두 개발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아파트 등을 짓기 위해선 2종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의 도시계획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대치동지점 박상준 PB 팀장은"내년부터는 외지인이 농지.임야 등을 팔 땐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므로 이를 감안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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