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부실 채권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가계 대출의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3월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이 1.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고 29일 밝혔다. 고정 이하 여신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 등 5단계인 은행의 여신 등급 중 3단계 이하로 분류돼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보는 부실 채권이다. 이 비율은 집계를 시작한 1999년(12.9%)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 대출을 포함한 가계 대출은 만기가 짧아지고 변동금리 비중이 커지는 등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사상 최고인 87.1%를 기록했다. 또 가계 대출 가운데 만기가 1년 이내인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51.3%를 기록해 2003년 말(41.6%)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은행들이 위험 부담을 우려해 대출을 3년 이상의 장기가 아닌 1년 단위로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 대출의 여.수신 금리 차이도 지난 1월 2.05%에서 5월 1.73%로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1.7%이던 가계 대출 연체율은 3월 말 1.8%, 5월 말 1.9%로 슬금슬금 높아지는 추세다.
나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