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집중점검-4대 가격 변수] 2. 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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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시장금리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오랜 저금리 정책에 따라 지난 2월 이후 5월 말까지 하락세를 탔던 시장금리가 방향을 틀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내수 회복을 위한 저금리 정책이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부동산 투기 과열을 식힐 수단으로 금리 인상 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9%포인트 오른 연 3.89%를 기록했다. 지난 2일 3.61%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상승 요인들이 등장하면서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4%선 돌파를 넘보고 있다. 정책금리(콜금리)는 7개월째 연 3.25%에 묶여 있지만 시장금리는 슬슬 고삐가 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금리 왜 꿈틀대나=가장 큰 원인은 오랜 저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부작용만 증폭되면서 당국이 저금리 정책을 포기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주택정책의 실패에 있지만 저금리에 따른 금융권의 주택담보 대출 경쟁이 집값 급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최근 집값 상승 확산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과 주택담보 대출 제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여차하면 콜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발 빠른 외국인 투자자들은 저금리가 한계 상황에 온 것으로 보고 채권 선물을 팔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채권을 팔아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조치다.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에 기업들이 미리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도 금리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가능성도 금리 상승세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경기 회복 추세에 맞춰 지난해 6월 이후 여덟 차례 연속 정책금리(연방기금금리)를 올리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미국 국채와 한국 국채 간의 시장금리는 이미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9~3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면 한.미 두 나라의 정책금리는 같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의 신인도가 다른 점을 감안하면 같은 값이라면 미국 국채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몰리는 현상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당분간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일부 시장관계자는 한은이 조만간 콜금리를 소폭 올리면서 금리 기조가 변화할 것이란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고 본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이날 금리 상승주기가 시작되고 있으며 한은이 통화완화정책 기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금리가 계속 오르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과 부채가 많은 가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중소기업의 지난달 대출금리(잔액 기준)는 연 6.4%였다. 대출 규모가 10억원이라면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금융비용이 현재 연 6400만원에서 7400만원으로 늘어난다.

470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가계의 부담도 만만치 않게 된다. 저금리에 따라 90%가량의 가계대출이 변동금리로 계약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금리 1%포인트 상승에 가계의 부담은 약 5조원 늘어난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미칠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낮은 금융비용을 이용해 대출을 받아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부동산 시장의 가수요가 크게 줄게 된다. 최근 2~3년간 저금리에 따라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없는 금융회사들이 대출 경쟁에 나서면서 가계의 주택담보 대출은 은행.보험.상호저축은행.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을 모두 합쳐 200조원에 달하고 있다. 가계별로 2억~3억원씩 빚을 내 집을 사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금리를 올리게 되면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에 즉각 제동을 걸 수 있다. 대출금리가 연 6%대를 넘어서면 실질적인 부담은 물론 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4~5%에서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부담이 적지만 6~7%에 달하면 실질부담이 커져 부동산처럼 장기 투자보다 은행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따른 이자와 연금 소득자들은 물론 젊은층들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금리 전망 어떻게 달라졌나=본지는 1월 31일자 '4대 가격 변수 점검' 시리즈를 통해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당시 급등하던 금리 상승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금리는 급등세를 멈추고 5월 말까지 4개월간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집값이 급등하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으며 금융당국도 정책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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