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군…지도에서 없어질 위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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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시흥군이 우리나라 지도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됐다.
원래 시흥군에 예속했던 안양이 시로 승격돼 분가한지 오래된데다 공업기지의 깃발과 함께 반월출장소가 새 살림을 차리면서 시흥군서남쪽 일부지역이 반월로 떨어져 나갔고, 지난해엔 소하읍이 광명시로 문패를 달면서 독립해 군세(군세)가 형편없이 줄어들었기 때문.
게다가 정부 제2종합청사가 들어선 과천면도 연·내에 출장소로 승격, 분가가 필연적이어서 시흥군은 군으로서 갖춰야할 인구나 면적이 크게 미흡,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시흥군은 3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 서울의 신개발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강남지역중 잠실과 반포·방배동을 신동면잠실리와 반포리·방배리로, 영등포와 봉천동을 북면영등포리와 동면봉천리란 이름으로 휘하에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시흥군의 본격적인 조락을 예고한 신호탄은 73년7월 안양의 시승격.
안양시의 북쪽이 서울과 맞닿아 있고, 남쪽끝이 화성군과 인접해 시흥군은 이 때 벌써 동서로 갈리어 두 토막이 났다.
안양에 자리한 군청은 하루 아침에 남의(?)동네에 신접살림을 차린꼴이 되었고 79년8월에는 반월출장소가 문을 열면서 수암면과 군자면의 12개리 57·2평방km가 떨어져 나갔다.
지난해 7월엔 광명시가 독립하면서 36·47평방km가 또 줄어들었다. 9년만에 핵심지역 1백52평방km가 줄어든 것이다.
현재의 관할면적은 3개읍 3개면 2백34·32평방km.
과천이 분가하게 되면 시흥군의 관할면적은 1백98·56평방km로 줄어 울능군의 72·83평방km를 빼고는 전국에서 가장 좁은 군으로 전락된다.
군세가 이처럼 줄어들자 부천군소래면과 화성군일왕면에서 시흥군에 편입된 소래읍과 의왕읍은 물론 시흥군의 골수격인 군포읍 주민들조차 시흥군을 마다하고 시편임을 바라고 있는 실정.
1천여평의 땅을 갖고 있다는 김모씨(45·상업·군포읍당리)는 『시흥군이 없어지는 것은 서운한 일이지만 시가되면 땅값도 오르지 않겠느냐』며 안양시 편입을 강력하게 희망했다.
박모씨(38·농업·군포읍부곡리)도 『주민가운데 안양시 편입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군포는 공장등 세원(세원)이 많아 안양시측에서도 흡수를 고대하고 있는 실정.
앞으로 반월출장소가 시로 승격되면 군자면과 수암면 주민들의 반월시 편입욕구가 더욱 드세어질 것 같다는게 시흥군 공무원들의 걱정이다.
내무부 관계자들도 『결국 시흥군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시흥군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14년 3윌1일. 조선총독부령 제l1l호로 금천(지금의 안양시일대)·안산(지금의 광명시 일부와 수암·군자면)·과천(지금의 과천면과 서울강남일대)등 3개군을 통합해 시흥군으로 명명하면서 부터였다.
당시 관할지역은 9개면 83개리로 배면영등포리에 군청이 있었다.
문헌상으로 1914년 이전엔 시흥이란 독립된 지명은 없다. 다만 고려 성종 때 금천에 시흥이란 별명을 붙였다는 기록이 있어, 일본인들이 이를 지명으로 택한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풀이다. <오홍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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