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동면을 할수 있다…유도물질 밝혀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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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날씨가 풀리고 낮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 땅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동물둘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동면이라 불리는 이런 기묘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이러한 동물의 혈액속에 들어 있는 호르몬과, 유사한 화학물질의 작용 때문이다.
최근 HIT(동면유도물질)라 불리는 이 화학물질의 작용이 밝혀지게 됨에 따라 비동면동물,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도 이를 옹용해 보려는 학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동물은 동면중 체내의 신진대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체온은 섭씨0도까지 떨어지고맥박도 극도로 늦어진다.
예를 들어 땅다람쥐의 경우 심장박동은 평시의 l분당 3백50회에서 동면 때는 3∼4회정도로 줄어든다. 이러한 신진대사의 놀랄만한 감소현상 때문에 이들 동물들은 여름철 체내에 저장해둔 지방만으로 찬 겨울을 지낼 수 있다.
그러나 동면동물이라해서 한겨울 꼬박 잠만자는 것은 아니다.
미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대학의「로랑·앨로이어」박사에 의하면 땅다람쥐는 약15일 마다, 박쥐는 30∼40일 간격으로 깨어난다.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이 바로 HIT.
HIT는 동면중인 동물의 혈액안에서 검출되지만, 이들 동물이 월동을 할 때나 동면중 잠깐씩 깨어 날때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러한 HIT의 작용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우주여행.
방대한 우주는 차치하고 태양계를 탐사하는데도 수십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유인우주 탐색선의 경우 이들에 필요한 음식물도 엄청난 양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HlT같은 동면물질을 우주인에 사용할 수 있다면 긴 우주여행은 동면상태로 지나고 목적지에서만 깨어나 활동하게 되어 운반식품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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