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군지역마다 우수고 1곳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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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북 울진의 울진고등학교에는 교실마다 LCD프로젝터와 컴퓨터가 비치돼 명실상부한 인터넷 수업을 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에는 냉방과 난방이 중앙집중식으로 가동되고 책걸상은 학생 체형에 맞춰 모두 바꿨다. 수학 수업은 학생 수준에 맞춰 이동식으로 진행된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원하는 선택과목에 맞춰 희망하는 EBS 수능강좌를 들을 수 있다. 이 학교 성오경 교감은 "지역 학생들이 인근 포항으로 빠져나가 주변 학교들은 대부분 정원에 미달하지만 울진고는 지원자 중 탈락하는 학생이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의 장안제일고는 정규 수업에 토익 과목을 신설하고 원어민 교사를 초빙했다.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고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감각도 길러진다는 것이 학생들의 반응이다. 방과 후에는 논술과 영어.수학 특강을 실시해 학부모의 과외비 부담을 줄였다. 교사들을 해외에 연수 보내 가르치고자 하는 욕구를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이 지역의 명문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천 강화고등학교는 강화도 내는 물론 인천과 경기도에서도 학생들이 몰린다. 디지털 도서관과 교과 전용 교실, 중앙냉난방 시설 등 교육 여건이 월등할 뿐 아니라 선택과목이 66단위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참고할 부교재도 선생님들이 자체 개발해 나눠준다.

이처럼 도시 학교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농촌학교가 탄생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농어촌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우수고등학교 7개를 지정, 집중 투자한 덕분이다. 교육부는 올해 7개 학교를 추가 선정하는 것을 포함해 2009년까지 전국 88개 군 소재지별로 88개 학교를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우수 학교로 지정되면 첫해 총 16억원이 지원되고 이후에도 2년간 추가 재정지원이 이뤄진다. 이 돈으로 각종 시설을 교체하고 교육기자재를 확보하며 장학금도 대폭 늘리도록 할 계획이다.

학사운영의 자율권도 대폭 확대된다. 교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학교 경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교장으로 초빙할 수 있고, 학생 선발과 교육 과정 편성에도 학교의 자율권이 대폭 보장된다. 현실적으로는 대입 준비를 위한 지원이 강화되는 한편 영어와 예체능 등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을 시행해 사교육비 부담도 줄이게 된다.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과 김원찬 과장은 "농어촌 우수고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도시로 유학을 떠나던 학생들의 발걸음을 자기 고향 학교로 돌리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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