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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근무 6급 퇴직자, 연금 총액 4억7000만원 → 4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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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누리당의 개혁안은 연금학회·안전행정부의 안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았다.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의 기본 틀을 유지한 채 일부 조항을 손댔다. 우선 보험료(기여금 부담률) 부담이 올라간다. 지금은 소득의 7%(나머지 7%는 정부 부담)를 내지만 2016년 8%, 2017년 9%, 2018년 10%가 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43%가 오른다. 월 300만원 소득이라면 21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오른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의 연금 개혁안은 당사자를 일절 배제한 개악안으로 사실상 공무원연금을 폐지하는 것과 같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퇴직 이후에 받는 연금은 줄어든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퇴직자는 공직생활 소득 평균의 1.9%(연금지급률)에다 재직기간을 곱한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다. 소득 평균의 62.7%(1.9X33년)가 연금이 된다. 가령 2010년에 공직생활을 시작해 33년(소득 평균 350만원 적용)을 근무한 공무원 김씨의 경우 지금은 219만4500원을 받는다. 하지만 2016년 연금지급률이 1.35%로 내려간 뒤 10년 동안 매년 0.01%포인트씩 줄어 2026년에 1.25%가 된다. 이를 적용하면 김씨의 월 연금액이 164만원으로 줄어든다.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연금소득액)이 47% 정도로 떨어진다.

 새누리당이 이번에 처음 도입하려는 개혁안이 소득재분배 기능이다. 국민연금에서 그대로 따왔다. 지금의 공무원연금은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그에 비례해 받는 연금이 많아진다. 소득재분배를 적용하면 전체 공무원의 평균소득(447만원)을 기준으로 희비가 갈린다. 평균보다 많은 고소득 공무원(주로 5급 고시 출신)은 지금보다 연금이 감소하고, 평균보다 적은 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은 증가한다. 고소득 공무원이 저소득 공무원을 돕는 셈이다. 이 덕분에 김씨의 연금액이 월 4만~5만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기존 퇴직자의 연금수령액 삭감 비율(재정안정화 기여금)을 차등화했다. 연금 액수가 많으면 4%, 중간이면 3%, 적으면 2%만 깎겠다는 것이다. 정부(안전행정부) 안은 3% 일괄 삭감이었다. 이 역시 소득재분배 효과를 낸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 안과 달리 새누리당 안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넣어 하후상박(下厚上薄) 원칙을 명확히 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공무원을 소득 계층별로 나눠 사회보장 성격을 가미함으로써 노후 연금소득의 형평성을 높이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하위직 공무원의 반발을 무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공동체의 사회적 연대가 기본 원리여서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 게 당연하지만, 계급 조직인 공무원연금은 태생적으로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연금인데 여기에다 사회보험 흉내를 낸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에는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다른 주요 국가에는 사례가 없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의 퇴직수당을 민간 기업의 퇴직금처럼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15년까지는 지금처럼 민간의 최대 39%까지만 퇴직수당을 지급하고 2016년부터는 민간의 100%로 똑같아지게 올린다는 것이다. 1998년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17년간 재직한 7급 공무원 이씨의 예를 보자. 2016년부터 13년간 더 근무해 6급으로 퇴직한다고 가정하다. 이 경우 보험료는 17%(1375만원) 늘어나고 연금은 15%(7021만원) 줄어든다. 반면 퇴직금은 38%(1820만원) 늘어난다. 연금과 퇴직금을 합한 이씨의 최종 수령액은 10%(5201만원) 줄어든다. 낸 돈 대비 받는 돈의 비율(수익비)은 연금만 따지면 6.02배에서 4.36배로, 퇴직금을 합하면 5.07배로 줄어든다. 공무원들이 주머니가 얇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비가 불과 1.3~4.5배인 국민연금에 비하면 여전히 후하다.

 공무원연금에 없던 이혼 연금 분할제도를 도입한 것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앞서 대법원이 지난 7월 “이혼할 경우 공무원연금을 배우자에게 분할하라”고 확정 판결했는데도 정부가 그동안 법을 바꾸지 않아 혼란이 벌어졌다. 국민연금은 같은 제도를 시행한 지 15년이나 됐다.

 하지만 재정절감 효과 측면에서 새누리당 안은 정부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은 “2080년까지 100조원을 더 절감하게 됐다”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834조원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재정절감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10년에 걸쳐 연금지급률을 낮추고 ▶보험료 부과 소득상한을 평균소득의 1.8배에서 1.5배까지만 낮추며 ▶유족연금 지급률을 60%로 낮추자는 정부 안은 손대지 않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절감 효과를 더 거두려면 연금지급률 조정 기간(10년)을 줄이고, 소득상한을 1.3배로 낮추며, 유족연금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이혼 시 연금분할제도=이혼할 때 앞으로 받게 될 연금을 재산으로 간주해 양측에 분할해주는 제도. 국민연금의 경우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으면 그 기간만큼 계산해 배우자와 나누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은 관련 규정이 없었다. 지난 7월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해 공무원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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