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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스카이라인, 한국 기술이 바꾸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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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말레이시아의 관문인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에서 차로 40분쯤 달리다 보면 우뚝 솟은 초고층 빌딩들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 ‘엔트랩먼트’에 등장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른바 ‘쌍둥이빌딩’(페트로나스 트윈타원)과 그 주변에 들어선 초고층 건물들이다. 이들 건물 상당수를 국내 건설업체인 대우건설이 짓거나 짓고 있다.

 이 회사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에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둘째로 높은 텔레콤타워(310m)와 다섯째인 KLCC타워(267m)를 완공했고 셋째(274m)인 IB타워를 짓고 있다. 한승 대우건설 말레이시아지사장은 “내년 4월 IB타워가 준공하면 대우건설이 말레이시아 내 톱5 초고층 건물 중 3개를 짓게 된다”고 말했다. IB타워는 대우건설이 바꿔놓은 말레이시아 스카이라인의 결정판이다.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인 빈자이지역에 들어서는 이 빌딩은 초고층 건물로는 이례적으로 기둥이 내부가 아닌 외부에 돌출돼 있다. 보통 교각에 사용하는 구조로, 초고층 빌딩에 적용된 적이 없다. 업무공간을 한쪽에만 설치해 내부공간을 좌우 비대칭으로 설계했다. IB타워 이기순 현장소장은 “초고층 빌딩으로는 높이가 낮은 편이지만 시공 난이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2011년 말 입찰 당시 3D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설계상 오류를 찾아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BMC(시공 중 건물 기울어짐을 제어하는 기술) 공법을 거꾸로 발주처에 제시했다.

 이 덕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를 제치고 공사를 따냈다. 이 소장은 “발주처의 설계도대로 시공했다면 IB타워는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처럼 한쪽으로 기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준공일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인근 아파트 입주민의 소음 관련 항의와 공사 중단 요구로 골조가 37층까지 올라간 시점에 이미 발주처와 약속한 공기가 3개월가량 지연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층부와 하층부의 공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스킵 플로어링(skip flooring) 공법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38∼40층 3개 층과 41층 이상의 공사를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현장 공사 총괄 임원인 김창식 상무는 “지난해 준공한 KLCC타워도 비대칭 외관 등으로 시공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신 기술·공법으로 99.9%의 정밀시공과 준공일을 지켜 신뢰도를 높였다”며 “IB타워도 준공일에 맞춰 공사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1980년대 처음 말레이시아 건설시장에 진출해 지금까지 16개 사업장에서 23억27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현재도 IB타워 외에 쿠알라룸푸르의 마트레이드 컨벤션센터를 짓고 있다. 연면적이 14만5246㎡로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컨벤션센터로, 무기박람회를 위해 탱크·헬기까지 전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대우건설은 앞으로 초고층 건축물은 물론 플랜트 시장으로 수주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한승 지사장은 “자원부국인 말레이시아 건설시장은 향후 건축과 플랜트를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술력과 신뢰도를 앞세워 시장을 넓히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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