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1)|제76화 화맥인맥(80) 월전 장우성|워싱턴「동양예술학교」

63년11월, 내가 워싱턴 가톨릭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는 공교롭게도 「케네디」태통령암살사건이 일어났다.
전시회를 끝마치고 일중(김충현) 이씨 김정현씨와 함께 시내로 들어오면서 차안에서 라디오를 틀었더니 스파트뉴스로 「케네디」대통령 암살이 보도되고 있었다.
가톨릭대는 변두리여서 워싱턴 중심가까지 오는데 한참 걸렸다.
라디오에서는 「케네디」대통령을 병원으로 옮겼다느니, 범인을 쫓고 있다느니 하고 야단법석이었다.
워싱턴시내의 공기도 사뭇 달라져 있었다. 길가에선 흑인여자들이 땅을 치며 통곡하는 모습도 보였다.
성당·교회에도 군중들이 모여들어 「케네디」대통령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이런 소용들이속에서 63년을 넘기고 64년 1월 다시 미국무성화랑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마침 국무성전시회에 미국농림성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와보고 동양화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학원에 아트 코스가 있는데 서양화부 뿐이었다.
전시회를 보니 동양화가 좋다면서 동양화부도 신설됐으면 하는 의견을 내놓아 학교측에서 내게 교섭, 그때 딱히 정해놓고 하는 일도 없어서 그렇게 하자고 승낙했다.
그런데 내 패스포트가 여행자 여권이어서 그걸로는 취업이 곤란했다.
미농림성이 책임지고 이민국과 연락, 여권을 바꿔주겠다고해서 농림성대학원에 출강, 동양화를 가르쳤다.
서양화는 이탈리아 화가「쿠플리」가 맡고, 동양화는 내가 맡아 같은 장소에서 지도했다.
농림성 대학원에선 밤시간(2∼3시간)만 가르치도록 시간표가 짜여 있어서 낮에는 별 할일이 없었다.
그렇잖아도 한국에서 내게 그림공부를 하던 오환회회원이 워싱턴에 많이 있어서 그들이 다시 미술지도를 원해와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다.
주한 미군 해군사령관「프레시」제독부인, 「브랠리」대령부인, 주한 미대사관「루이스」참사관 부인등이 주동, 새 회원을 불러들였다.
미국인이 서류를 만들어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서 사단법인 동양예술학교를 설립했다.
동양예술학교는 스미소니언 인스티튜트의 멤버인「크네스」씨를 회장에 앉히고, 부회장은 한국인 치과의사 노광욱씨와 나의 제자인 해군대령「브랠라」부인 두사람이 맡았다.
사무국장은 가정주부「오트」씨가 담당했다. 이사진은 워싱턴의 재벌인「밀턴·말로」씨, 미국회도서관 동양도서책임자인 양기백씨, 칼럼니스트「스펜서·데이비스」씨, 치과의사 박식부씨, 실업인 박동선씨 등이었다.
회계는 동양예술학교 고문변호사인 김재현씨의 부인이 맡아서 했다.
동양예술학교는 맥아더 블루버드가의 빌딩 40여평을 임대해서 1965년 2월7일에 개교, 1년남짓 운영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케네디 커트가로 학교를 한번 이사하는 소동도 벌였다.
맥아더 블루바드가에 있던 학교는 강의실만 40평이 넘었고 따로 방도 2개나 딸려 있었다.
케네디 커트가로 이사했을때는 학교규모는 전보다 좀 작았지만 회원들은 더 많았었다. 학교 교수는 내가 동양화와 서예를 맡고, 일본인 석전씨가 꽃꽂이를 지도했다. 석전씨는 포토미크강 건너 버지니아주에서 관상수농장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동양식 정원을 꾸미는데 일가견이 있어 미국인에게 인기가 높았다.
동양예술학교는 교과과정을 1학기는 사군자·화조를, 2학기는 동물화·풍경화·정물화·인물화로 정했다.
1학기를 16주로 잡고 5달러의 등록금, 80달러의 수강료, 3달러의 재료비를 받았다.
매주 토요일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특강도 했다.
내가 동양예술학교를 운영하고 있을때 마침 창운(이열모)이 미국조지워싱턴대 대학원에 유학와 나와 함께 지냈다.
나혼자 자취하고 있었는데 창운이 와서 장도 봐오고 밥도 지어줘 여간 편하지가 않았다.
내가 위싱턴에 있을때는 지금 서강대교수로 있는 박내회씨등이 미국에 유학중이어서 내 화실에도 더러 놀러 왔었다.
연합통신사장 김성진씨는 그때 동양통신 주미특파원으로 있었다.
그때 나는 김성진사장의 신세를이 졌다. 가끔 전화로 불러내 독일주 파는 집에 가 맥주대포를 마시며 향수를 달랬다.
만두를 빚어놓고 집에도 초대, 한국의 맛을 보여주곤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