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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농의 아들 - 대장장이 2세'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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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지주의 아들인가, 아니면 대장장이의 아들인가. 24일 실시되는 이란 대통령 결선투표는 계층 간 한판 대결이다. 두 후보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과 마무드 아흐마디네 자드 전 테헤란 시장은 모두 보수파다. 그러나 출신·정치노선·지지기반이 확실히 다르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이란의 향후 대내외 정책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 라프산자니=보수 강경파를 지지하다가도 온건진영을 두둔하는 '이란의 여우'로 불리는 라프산자니 후보의 강점은 단연 폭넓은 지지기반이다. 이란의 최대 농산물 수출품인 피스타치오 농장주인의 아들로 태어난 라프산자니는 부를 이용해 폭넓은 인맥을 구축해 왔다. 알자지라 방송이 23일 "아야톨라 하메네이에 이어 이란의 2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라프산자니의 권력은 엄청난 재산에서 나온다"고 방송했을 정도다.

그는 근엄한 성직자로서 이란의 신정(神政)체제에 적합한 지도자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라프산자니가 이슬람 혁명가치를 구현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개혁하려는 능수능란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신의 대리인 자격인 '아야톨라' 칭호 하나로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는 23일 라프산자니의 당선을 예상하면서 "실용주의적인 노선이 그의 최대 강점"이라고 평했다. 최근 선거에 패배한 개혁주의자와 젊은 대학생들이 근본주의로의 회귀를 우려, 라프산자니 지지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아흐마디네자드=17일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아흐마디네자드 후보는 다수 서민의 대변자로 불린다. 알자지라 방송은 23일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란 서민 상당수가 실질적인 개혁을 원한다"며 그의 당선 가능성을 점쳤다. 자파리 모하메드 테헤란대학 교수는 "대다수 서민은 서구식 민주주의보다 당장 먹고살 수 있는 대안을 원하고 있다"며 아흐마디네자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시장통에서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테헤란 시장에 당선된 이후에도 청렴한 삶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하메드 교수는 "빈민지역에서 태어나 이슬람혁명 수비대와 혁명정권의 민병대 '바시지'를 거쳐 성공신화를 이룬 그의 인생 자체가 하층민들에게는 희망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군부, 보수파 종교지도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속 정치.경제계로부터 두려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미국을 "최대의 악마"라고 규정하는 등 지나치게 반미노선을 걷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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