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판사의 '사채왕' 금품수수 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우리는 현직 판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일명 ‘명동사채왕’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지검 강력부 사건에 대해 주목한다. 이 사건은 6개월 전 수도권 지방법원 판사가 불법도박장 개설 및 마약 등 혐의로 기소된 사채업자 최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이 있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법원은 자체적으로 해당 판사로부터 소명자료를 받아 조사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지검은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포착해 계좌 추적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수사관 4명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내사 단계인 이 사건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이렇다. 먼저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켜야 하는 판사와 검찰 관계자들이 범죄피의자와 거래한 의혹 자체가 중대하고, 이와 함께 최씨가 평소 “검사와 판사, 검찰수사관과 경찰관 등 수십 명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점에서 해당 판사와 수사관이 최씨 사건에 연루된 법조계 관계자의 전부인지에 대한 의혹이 말끔히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의혹을 받게 된 판사의 처신과 법원의 대처 역시 의문이 든다. 해당 판사는 최씨를 친척 소개로 만났다며, 그 친척으로부터 아파트 전세비로 3억원을 빌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선상에 오른 피의자를 사적으로 만나고 그와 연계된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은 판사로서의 공정성과 품위에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법원은 별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우리는 법원이 ‘판사의 직업의식’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검찰은 “찬찬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씨가 검사·판사·경찰 등 수십 명을 관리했다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수사기관이나 법원 관계자가 범죄 피의자와 음성적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질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검찰은 해당 판사뿐 아니라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투명하게 밝혀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