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에 대한 혜택 등 홍보하면 불만 덜할 듯|세금용도 모르는 농민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걸훈<서울 동대문시장 신대동 직물부 공평과제 협의회회장>
지난 연말에 고향을 다녀왔다. 모처럼의 귀향이라 어른들도 찾아 뵙고 친지들도 만나 보았다.
한해의 흉작쯤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는 농민들의 저력을 대하는 것 같았다.
외형적인 변화 못지 않게 달라진 것은 농민들의 의식수준이었다.
주고받는 대화도 시국담이나 농사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경기가 어떻고 수출이 어떻고 등 전에는 좀처럼 들어보지 못한 내용이고 같은 농사라도 특수작물 등 고소득 영농이 주제가 되며 끝에 가서는 으례 추곡 수매가나 농작물 가격이 너무나 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도시인의 소비부담과 물가안정을 위해 농민이 희생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묵묵부답, 빚진 기분으로 가만히 듣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물론 도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자신의 의무감 때문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마땅한 화제가 떠오르지 않는다.
궁리 끝에『농촌에선 어떤 세금을 얼마나 내지요?』하고 화제를 바꾸었다.
『글쎄』농지세·취득세 운운하며 세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끝을 흐린다.
또『지방세 말고 세무서에 납부하는 세금은요?』하니, 글쎄 하며 침묵이다.
나는 이때다 싶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이나 하듯 부가가치세가 어떻고, 종합소득세가 어떻고, 앞으로 시행될 교육세와 큰 기업이나 고소득층이 부담하는 세목과 세액 등 각종 세금을 신고·납부하는데서 얻은7년 동안 경험과 세무간담회 등을 통해서 얻은 얕은 지식이나마 총동원해서 도시 상공인의 역할을 설파했다.
평소 불경기에 과중한 세 부담을 하고 있다고 투정도 하던 나로서 대부분 농민들이 내지 않는 세금을 납부하고 이를 통해 얻은 산지식으로 단편적이나마 조세 내용을 알려주고 그들의 수긍을 얻을 수 있었다는데서 이번 귀향 길은 어느 때보다 뜻이 있고 제구실을 톡톡히 한 기분이다.
흔히 나라에는 어떤 세금이 있는지 모르고 사는 것이 편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고도의 산업 사회를 지향하는 현실에는 맞지 않는 말이다.
당국이나 우리 납세자는 우리가 부담하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특히 농촌에 어떠한 혜택을 주고 있는가를 조세의 날 등을 통해 알려주고 알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