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가 비행 청소년 선도에 앞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시어머니와 남편·세 자녀 등 6인 가족의 주부가 가사의 여가에 비행소년들을 선도, 서울지검의 가장 모범적인 선도위원으로 표창을 받았다.
서울 북가좌 2동 328의41 김연배씨(39).
81년1월 서울지역의 첫 선도위원으로 선임된 뒤 지금까지 강도·절도소년 범 7명을 맡아 3명은 선도에 성공했고, 1명이 재범해 실패했으나 3명은 현재 계속 선도중이다.
김씨가 첫 번째로 선도책임을 맡은 소년은 오토바이를 6차례나 훔쳐 구속된 홍모(15) 김모(15)군 등 2명.
김씨는 전문가도 아닌 자신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처음엔 망설였으나『1명의 문제아가 선도되면 그 만큼 내 아이들도 건전한 풍토에서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선도를 맡아 달라는 부모들의 청을 응낙했다.
김씨는 한층 바빠졌다. 설거지·빨래 등 집안 일은 그대로 해야했고 홍군 등의 생활을 매일 관찰해 담당검사에게 보고해야 했다. 은행간부로 근무하는 남편도 김씨의 일을 기꺼이 도왔다.
다른 식구들도 이들을 한 식구처럼 대해주었으며 아이들까지 이들을 친오빠·형처럼 따랐다.
선도의 큰 계기가 된 날은 어버이날. 카네이션과 손수건을 만들어 주고 각자어머니께 선물을 드리라고 일렀다.
아들로부터 처음 선물을 받은 두 어머니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말썽꾸러기인 네가 이럴 때도 다 있느냐』고 좋아했고, 어머니의 좋아하는 모습을 본 이들은『나도 남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고 필요한 사람이 될 수가 있구나』고 깨달았다.
스스로 문제아 의식에 잡혀있던 홍군 등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모의 말을 따르는 등 완전히 딴사람이 됐다.
김씨는 소년들의 가정을 자주 방문하고 소년들로부터 고민을 들어주는 동안 이들이 범행을 하게된 것은 본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가정자체에 문제점이 많은데서 비롯된 것을 알았다.
『대화부족, 지나친 간섭이나 기대, 관심과 이해부족, 불안한 가정환경이 비행의 배경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문제는 부모들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씨가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지난해10월6일부터 선도를 책임졌던 정모군(15)이 2주일만인 10월20일 다시 범행을 저질렀을 때였다.
김씨는 꾸준히 면회를 다니며 비록 선도취소 통보를 받았지만 선도를 계속했다.
정군은 4개월의 소년원 복역을 마치고 출감하자마자 김씨를 찾아와『앞으로는 절대 나쁜 짓을 하지 않겠으니 지도해달라』고 눈물을 홀려 김씨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허남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