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하고는 눈도 못 마주친다"…컴퓨터 게임광 김 일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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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찾은 군장병들
20일 군부대총기사망자들의 분향소가 설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군장병들의 조의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김동민 일변의 총기 난사 때 부상당해 국군 양주병원에 입원해 있는 박준영 일병은 "참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일병은 고모와의 면회에서 "사고가 일어난 날 새벽 1시 넘어서까지 청소년 축구 대표팀 경기를 함께 응원하는 등 내무반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면서 "김 일병이 왜 그런 행동을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일병에 대해서는 '좀 튀는 성격이며 선임병 말을 잘 안 들어 군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잘 지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에 동료들이 모두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데 또 총격이 가해져 순식 간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말했다.

박 일병은 수류탄 파편에 발바닥을 다치고 정강이에 실탄을 맞았지만 봉합수술을 받은 뒤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한편 19일 새벽 수류탄 투척과 총기 난사로 전우 10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육군 모 부대 소속 김모(22) 일병은 조용한 성격에 대인관계 는 그다지 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일병은 경기도 소재 모 공고 재학중 다소 어려운 전산응용 기계제도(CAD)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대학 입학후 제출한 '학생카드'에 취미를 '(컴퓨터)게임'이라고 적을 만큼 컴퓨터에 흥미를 갖고 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일병의 고교시절 3학년 담임교사는 20일 "(김 일병이) 평소 말이 없는데다 차분하게 행동하는 편이고 말썽을 부린 적이 없어 사고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다만, 자기 좌석 주변 아이들과만 어울릴 정도로 친구 교제의 폭은 넓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사는 이어 "성적은 1학년때 중간이었다 2학년때 상위권으로 뛰어 올랐으나 다시 3학년땐 하위권으로 떨어졌지만, 대학에 가기를 원했고, 컴퓨터에 흥미를 갖고 있어 CAD 기능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고 밝혔다.

1학년 담임교사도 "(김 일병은)교칙을 잘 따르고 불량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욱'하는 돌발적 행동을 보인 적이 없었다"면서 "친구들이 많지 않았지만 착하고 순한 아이들과 잘 어울렸다"며 김 일병의 '경악스러운 행동'에 당혹스러워 했다.

김 일병은 또 경기도 소재 2년제 모 대학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1학기 초 등록을 하지 않아 지난해 3월 제적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학 관계자는 20일 "대학생활에 흥미가 없는지 강의에 자주 빠지고 성적도 아주 좋지않았다"면서 "동아리활동 기록도 없고, 이름을 대서 알만한 학생도 아니었다"고 그의 소극적 대학생활을 전했다.

그는 또 "성적을 보거나 동아리활동 실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김 일병은 거의 시험때만 학교에 나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 일병이 다닌 학과의 한 교수는 "고교시절 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하고 동일계 고교로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한 점에 비춰 문제학생은 아니었으며 일시적으로 학습에 흥미를 잃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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