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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양강도 산불로 김정일 생가 불탄 듯…"7일째 진화 중"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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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에서 지난 14일 발생한 화재로 북한당국이 김정일 생가(生家)라고 주장하는 ‘백두밀영 고향집’이 불탄 것으로 데일리NK가 보도했다.

21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와의 통화한 양강도 소식통은 “삼지연에서 발생한 화재가 백암군까지 확산하면서 국가적으로 비상으로 걸렸다”면서 “백두밀영 고향집을 비롯한 백두산지구 혁명사적지 대부분이 타버렸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양강도 10군단, 국가안전보위부, 도(道) 인민보안국 등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중앙당 간부들까지 파견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식통은 “삼지연군에는 백두산 답사생들의 숙영소인 ‘근로자각’ ‘소년단각’ ‘대학생각’이 있는데, 불길이 여기까지 번졌다면 모두 타버렸을 것”이라면서 “혜산, 삼지연, 대홍단 등 양강도 지역은 모두 긴급한 상황으로, 기관 기업별로 작업구간을 지정받아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가을이라 공기도 건조하며 낙엽도 말랐고, 바람까지 세차 (진화)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이 난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불길이 수그러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벌써부터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화재가 고의든 실수든 누군가 줄줄이 죽어나갈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면서 “방화라면 국가적인 반동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고, 방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국가 중요 사적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역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일리NK는 “백두산지구 혁명사적지는 김정은 3대 세습 이후에는 ‘백두혈통’의 근원지로 선전되고 있다”며 “북한 수뇌부가 지난 2012년 2월 김정일 출생 70회를 맞아 백두밀영에서 당·정·군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다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아직까지 북한 매체들은 이번 화재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이 이번 화재를 공개할 경우 스스로 ‘국가보위 체계’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며 “그렇다고 없었던 일로 묻고 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백두산 혁명사적지 답사가 갑자기 중단되는 이유를 궁금해 할 주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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