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주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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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8일 일본 증시의 '시가총액 10위'리스트에서 은행주의 이름이 사라졌다. 1945년 이후 근 60년 만의 일이다.

이날 도쿄증시에서는 전날까지 시가총액 10위로 간신히 은행주의 체면을 유지하던 미쓰비시도쿄(三菱東京)파이낸셜그룹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 10위의 자리를 세븐일레븐에 넘겨 줬다.

자산기준으로 세계 1위인 미즈호은행의 주가는 액면가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쓰비시도쿄와 UFJ은행 등 주요 은행의 주가도 상장 이후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은행주가 하락하자 시장의 분위기도 급격히 얼어붙어 이날 닛케이지수는 7,607.88엔으로 1982년 11월 이후 20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휴일인 29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30일께 은행주를 중심으로 한 증시안정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미즈호.미쓰비시도쿄.UFJ.미쓰이스미토모 등 4대 은행을 합친 시가총액은 28일 4조6천5백억엔으로 도요타자동차의 절반에 불과하다.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은행주의 시가총액 비율도 95년 20~25%에서 7%로 떨어졌다.

은행주 몰락의 원인은 명확하다. 부실채권에 허덕이고 있는 대형은행들이 아직도 경영 개선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쓰비시증권의 이시노 마사히코(石野雅彦) 부장은 "닛케이지수 6,500엔이 무너지면 대형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인 8%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대출을 기피하면 경기는 다시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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