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몰려 골치앓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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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친자, 가난한자, 자유와 안온의 삶을 갈구하며 떼지은 무리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넘쳐나는 너희 땅의 가엾은 찌꺼기들을 내게로 보내다오….』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에 새겨진 이 시구는 지난 두세기 동안 세계의 모든 뿌리잃은 사람들에게 「활짝 열린 희망의 땅」노릇을 해온 이 나라의 전통적 이민관을 읊고있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다르다. 마이애미의 수용소엔 바다건너 아이티에서 몰려온 「불법」난민들이 사방을 가로막은 장벽안에서 좌절을 씹고 있고, 해외의 미 공관들은 이민신청자를 돌려보내기 바쁘다.
이민들이 세운나라인 미국이 새로운 이민들에겐 인색해지기 시작한 이유는 한가지, 이민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20세기초 까지만 해도 미국의 이민정책은 『올 사람은 누구든지 받는다』는 식이었다. 이민의 물결이 가장 높았던 1907년 한햇동안 이주해온 숫자는 1백28만5천명이나 됐다.
이런 속에서도 아메리카로 몰려드는 이민의 물결은 주춤할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현재 미국이민규정에 따르면 1년간 받아들이는 상한선은 27만명. 한나라에서 2만명이상은 받지많는다.
최근 별도로 첵정된 난민허가 장한선은 14만명이다.
이민신청을 심사할매▲혈족중 미국시민권이나 영주권소유자가 있는 사람▲과학·예술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사람▲미국안에서 손이 모자라는 분야의 노동자 등에겐 우선권이 주어진다. 요즘 들어선 이민희망자가 워낙 많아 이런 륵혜 해당자만으로 27만명을 채우고도 남아돌아간다.
미국시민권을 가진 사람의 직계가촉, 즉 배우자·미성년자녀·부모등은 할당량과 상관없이 이민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한 나라에서 2만명을 넘지 못한다는 제한규정에도 불구하고 지난79년 멕시코에서 5만2천명, 필리핀 4만1천명. 한국에선 2만9천명이 미국에 이주한 것은 이덕분이다. 이 세나라 이민만 합쳐도 79년 전체 합법이민수의 4분의1이 넘는다.
직계가촉들이 재결합할 수 있도록한 이「인도적」인 규정을 철저히 이용해 전가족 수십명이 오랜기간을 두고 릴레이식 이민을 하는 경우도 많아 미국정부의 골치릍 썩인다. 이른바 「피라밋식」(??식)이민이다. 자식중 한사람이 먼저 이민가 시민권을 얻은후 직계가축인 부모를 모셔들인다. 건너간 부모는 자신들의 「직계」인 자녀들을 몽땅 불러들일 수 있다.
이 자녀들은 다시 그들의 직계인 배우자·자녀들을 데려온다. 배우자들은 그들대로 제각기 자신의 부모들을 모셔온다. 종횡으로 무한히 퍼져나가는 이민의 고리다.
이러도 저러도 못하는 사람, 특혜를 받을 수 있어도 기다리기 싫은 사람들은 불법이민의 길을 택한다.
밀입국자의 큰부분은 멕시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남미인들로 텍사스나 뉴멕시코주와 멕시코와의 국경으로 넘는다. 국경경비가 턱없이 허술하기 때문에 매일밤 수천명씩 쉽게 숨어들어와 1주일쯤 후면 막노동이나마 직장을 구할 수 있다. 1인당 수천달러씩 받고 밀입국주선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도 수없이 많다. 로스앤젤레스지역에만 불법입국 맥시코인이 1백만명은 되리라는 계산이다.
보다 먼 나라 사람들은 여행자나 유학생 비자로 들어와 주저앉는 수가 많다. 인도·중공 등은 이 방면에서 악명이 높다.
일단 입국만 해놓으면 자취를 감추는 것은 식은 축 먹기다. 돈만 있으면 무슨 층명이건 위조할 수 있다 영주권 층명서인 속칭 「녹색카드」는 위조기술에 따라 50달러∼l천달려, 사회보장카드는 20달러(캘리포니아)∼5백달러(뉴욕), 출생증명서는 20달러∼l천달러, 미국여권은 1천달러, 외국여권은 2백50달러정도다.
하지만 불법이민으로 숨어사는 삶은 고달플 수밖에 없다. 노동을 싼 임금에 착취당하고 젊은 여자는 고용주의 생적요구도 흔히 받는다.
허가받은 이민이라해도 외국생활이 쉽지 앓기는 마찬가지다. 처음 온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가강 큰 놀라움은 문화적 충격이다. 고향에서 늘 접했던 미국책이나 영화, TV프로에서 느낀 미국사회와 막상 뛰어든 현실과는 거리가 크다. 언어미숙에서 오는 불편, 감각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미국거주 40만 한국이민의 한사람인 장재규씨(32·상점경영)는 『장사를 시작할때는 친척이나 친지들의 도움이 큽니다. 은행에선 돈을 구하기 힘들거든요』라고 말한다.
이주후의 어려움에는 아랑곳 없이 줄기차게 몰려드는 이민의 물결을 휘어잡기 위해 「레이건」 행정부와 공화당은 3윌안에 이민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이민관계법을 상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지금 국회에서 롱과 될 가능성은 적다.

<타임지·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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