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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국가 민주화 교과서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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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독재정권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라' '처음엔 사소한 요구로 시위를 시작하라'….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작은 책 한 권이 화제다. 미국의 정치학자 진 샤프(77)가 1993년에 쓴 88쪽짜리 '독재에서 민주주의로(From Dictatorship to Democracy)'다.

미국 일간 보스턴 글로브는 "각 지역에서 현지어로 번역 출판된 샤프 박사의 소책자가 세르비아에서 그루지야.우크라이나.키르기스스탄 등 소련 공화국에서 발생한 민주화 혁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책은 중국어.아제르바이잔어 등 18개국어로 번역됐으며 최근 러시아판으로도 출간됐다. 신문은 "독재의 메커니즘과 약점을 설명하는 권력 이론과 비폭력 저항운동을 벌이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샤프 박사는 저서에서 "아무리 완고한 독재정권도 약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빨리 찾아내 공략하라"면서 약점 17가지를 제시했다.

예컨대 독재가 일상화되면 독재자에게는 정확한 보고가 올라가지 않으며 군과 경찰이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허점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라는 것이다.

구체적 전술로는 시위와 포스터.보이콧.(대정부) 비협조 운동 등을 제시했다. 그는 또 "변혁의 메커니즘을 항상 명심하고 적절하게 이용하라"고 충고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탄압을 오히려 반체제운동 구성원들이 운동의 당위성을 확신하는 계기로 삼는 것▶처음엔 독재권력이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 사소한 요구로 시위를 시작할 것▶점차 체제를 무력화시키라는 것 등이다. 그는 또 "저항운동이 격화돼 지도부도 시위군중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 것을 조심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로 미국 마트머스의 매사추세츠대 교수를 역임한 샤프 박사는 40년대부터 비폭력 저항운동을 연구해 오며 지금까지 13권의 책을 썼다.

83년에는 하버드대에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비영리기관인 '아인슈타인 연구소'를 세워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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