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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제조업 축소판, 경북 상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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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타이어가 드라이빙센터와 연구기지를 짓기로 한 경북 상주시 공검면 일대에 ‘찬성’‘반대’ 입장을 내건 현수막 들이 촘촘하게 걸려 있다. [상주=프리랜서 공정식]

“외국으로 갈 수밖에요….”

 지난 17일 경북 상주시 공검면 부곡리. 김명수 한국타이어 인프라기획팀 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꼬박 2년 걸려 이 일대 땅 144만9477㎡(약 43만8467평)를 찾아냈다. 지난해 9월 경상북도·상주시와 드라이빙센터와 연구기지 건설을 위한 2535억원대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하지만 지난 6월 선거로 일이 뒤집혔다. 당선된 이정백 시장이 “주민 반대가 있으니 한국타이어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최근엔 주민 반대를 이유로 ‘행정지원팀’마저 철수했다. 김 팀장은 “내부에선 이럴 거면 미국 테네시주나 중국으로 연구기지를 가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장세철 상주시 계장은 “현 시장이 선거공약으로 ‘원점 재검토’를 언급한 것은 맞다”며 “검토해서 실정에 안 맞으면 안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달라”고 설명했다.

 상주의 또 다른 얼굴이다. 시내에서 차로 30여 분을 달리면 도착하는 청리산업단지. 전체 부지의 절반을 차지한 웅진폴리실리콘은 1조원대 투자를 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공격 투자로 시장이 악화돼 2012년 부도가 났다. 먼지만 잔뜩 쌓여 있는 출입문, 적막한 공장을 지키고 있는 것은 백발의 경비원뿐이다. 한 시민은 “웅진폴리실리콘이 직원통근용 버스나 각종 장비를 상주에서 조달하고 공장 직원들을 현지 채용했는데 부도로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고 했다. 상주시가 480억원을 들여 만든 한방산업단지엔 입주기업이 없다. 기업들이 약초를 재배해야 할 땅엔 관리직원들이 고구마를 심고 있다. 상주에서 보기 드문 고층건물인 무양동 버스터미널은 수년째 1층 상가가 비어 있을 정도로 경기가 냉골이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은 “기존 산업은 어려워지고 신규 투자는 막고 있는 상주의 모습은 우리 경제의 축소판 같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투자 활로를 여는 일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김영훈·이상재·김현예·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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