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디스크의 재발(4)|주정빈(주정빈 정형외과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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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통>
며칠전의 일이다. 얼굴이 창백하고 가냘 퍼 보이는 32세 된 여자 환자가 찾아왔다.
약 2년 전에 허리가 아파서 모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치료한바 있는데 그 뒤로 심한 통증은 가셨으나 상당한 요통이 그대로 남아서 괴롭다는 것이 병원을 찾아온 이유였다.
이 환자가 다녀간지 얼마 안 되어 45세 두 남자 환자가 왔었는데 이분은 허리의 통증이 수술 후 감쪽같이 나았으나 약 한달 전부터 처음과 똑같은 요통이 온다 고하면서 진찰 받기를 원했다. 두 사람 모두 디스크 제거수술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앞의 환자는 비교적 신경이 예민한 사람으로, 수술 후 다소의 후유증을 참지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병세가 가라앉지 않는 경우이고, 또 남자 환자는 디스크 병이 재발한 것이었다.
재발이란 의미는 수술한 그 자리에 다시 병이 생기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허리에만도 모두 5개의 척추관절이 있고, 그 사이에 5개의 디스크가 있으므로 다른 디스크가 잘못돼도 결국은 재발로 취급될 수 있다.
허리에 일단 수술을 받게 되더라도 14∼15세의 아이들처럼 만능, 무통의 허리로 되돌아 가는 것은 아니며 과로, 또는 몸을 차게 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거나, 비오는 날 같은 때는 아무래도 무겁고 뻑뻑하며 때로는 약간 아플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정도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 잊어버려야 한다. 그러나 신경질적이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발병 전 같이 완벽한 상태를 원해 문제가 될 수 있다.
내과적인 것이나 외과적인 것이나를 막론하고 무슨 병이든지 치료되는 경과나 그 병의 경중에 신경이 관여되지 않는 것이 없다.
신경이 평안하면 발생하지 않고 넘어갈 것도 중증 병으로 발전되거나, 또 쉽게 치료 될 것도 좀처럼 낫지 않고 오래 끌기도 한다.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나 또 치료받는 환자의 입장에서나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는 신경·정신상태는 항상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
디스크에서 재발의 경우는 다시 치료를 하는 수밖에 없다. 본래 디스크 수술 후 요통 재발의 확률은 학자들에 따라 30∼60%나 된다고 보고 있다.
수술로 치료한다는 의미는 문제되는 디스크를 떼어버린다는 뜻과 상통한다. 수술을 받게되면 그 관절은 디스크가 없어졌기 때문에 허리운동을 할 때 대개 정상적인 관절운동을 해낼 수가 없다.
디스크라는 것은 충격을 막아주며 운동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쿠션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것이 없이는 운동할 때에 관절과 그 주위에 오는 충격을 막아주지 못하게 된다.
수술 후 요통이 다시 오는 환자 중에는 상당수가 이 비정상적인 관절에 비정상적인 운동이 일어나는데 기인한 경우가 많다.
디스크수술이 곧 원상회복은 아니라는 점에 항상 조심이 따라야 한다.
그 때문에 디스크 제거 수술에서는 그 관절에 다시 운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절유합 수술을 해주어 요통의 재발을 막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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