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동차 피부가 고와진다… 강철 차체서 알루미늄·플라스틱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 재규어 뉴XJ 수퍼 차저.

▶ 아우디 A시리즈 뉴 A8.

자동차의 차체(보디) 재질이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강판(steel)이 일반적으로 사용됐지만 최근 들어 수입차를 중심으로 알루미늄이나 강화 플라스틱을 쓰는 차들이 늘고 있다. 이런 재료는 강판보다 가볍고 강성이 뛰어나 연비가 좋아지는 등 부수 효과가 크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성형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아직은 일부 고급 차에만 쓰이고 있다. 지난해 초 출시된 대형 세단 재규어XJ는 뼈대는 물론 차체 전체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특히 문짝 표면을 만져보면 사람 피부처럼 부드럽다.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도 들어갈 정도다. 부드럽지만 탄성이 뛰어나서 흠이 덜 간다는 것이 재규어 측의 설명이다.

윤성혁 프로덕트 매니저는 "알루미늄은 강판보다 무게는 40% 가볍고, 강성은 60% 정도 뛰어나다"며 "이 때문에 차체에 알루미늄을 쓰면 연비가 좋아지고 가속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재규어 XJ 4.2의 경우 옛 모델(XJ4.0)보다 연비는 2㎞/ℓ 좋아진 8㎞/ℓ, 출력은 30마력 이상 높은 300마력에 이른다. 재규어 XJ는 또 엔진룸과 실내 공간을 구분하는 판을 알루미늄보다 강성이 뛰어난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들어 더 안전하다.

폴크스바겐의 12기통 초대형 세단 페이톤은 차체가 알루미늄, 강판, 강화 플라스틱 등 세 가지 종류의 재질로 제작됐다. 엔진룸을 덮고 있는 후드(보닛).문짝.트렁크는 알루미늄, 펜더(차량 앞쪽 옆면)와 범퍼 부분은 강화 플라스틱이다. 나머지 차체는 강판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 이기태 차장은 "시속 300㎞ 이상 고속으로 달릴 때 강판으로 제작된 후드는 속도 때문에 떨린다"면서 "심할 경우 후드가 열려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 주행이 가능한 차의 경우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차량 안전을 위해서도 알루미늄 후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펜더는 가볍다는 점 외에도 외부 충격을 받아도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성질이 강해 큰 사고가 아니면 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재질이 부드럽기 때문에 담벼락 등에 부딪쳤을 경우에도 흠집이 크게 생기지 않는다. 이 밖에도 아우디의 최고급 모델인 A8과 스포츠카 페라리의 상위 모델 등도 차체 전체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배기량 6749cc, 12기통의 초대형 세단 롤스로이스 팬텀도 펜더 부분을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이 재질을 쓴 이유는 색다르다. 이 차의 펜더 안쪽에는 TV.라디오 안테나가 숨어있다. 강판 차체를 쓸 경우 전파 수신율이 나빠지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사용했다는 것이 롤스로이스 측의 설명이다.

기아차는 1996년에 출시한 스포츠카 엘란의 차체를 특수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현대차는 2003년 11월부터 대형 세단 에쿠스의 트렁크 문짝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알루미늄은 재료비가 강철보다 5배 이상 비싸 지금은 트렁크 부분에만 채택하고 있다. 플라스틱 차체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알루미늄 차체를 만들려면 성형과 용접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특히 사고가 나서 찌그러졌을 경우에는 알루미늄 전용 판금 기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리 비용도 비싸다. 고려대 박심수(기계공학과) 교수는 "국내 업체들도 알루미늄으로 만든 컨셉트카를 만드는 등 특수 재질의 차량 제조기술은 있으나 가격이 비싸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