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판대회완주로자신얻어…LA올림픽제패가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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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임은주(21)는 한국스포츠사에 특별히 기록될 인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마라토너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일본 오오사까에서 거행된 국제여자 마라톤대회에 출전하여 2시간47분3초의 기록으로 14위를 차지, 한국 여자마라톤의 가능성을 확인케 했다.
임의 기록은 현재로선 세계기록 2시간25분29초, 일본의 2시간40분56초에 비해서는 많은 격차가 있다.
그러나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를 경험한 것이 불과 두 번째다. 그래서 아직거리에 따라 페이스를 배분하는 요령, 즉 경기운영능력이 미숙하다.
『레이스초반에 너무 신중했어요. 2시간 50분대로 완주하기만 하면 성공이라고 여겼는데 막상 뛰다보니 힘이 남아도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20km지점서부터 스피드를 올려 앞서가는 선수들을 마구 제쳤어요. 처음부터 조금만 더 스피드를 냈으면 2시간40분정도의 기록으로 10위권에 들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돼요.』
이러한 임의 아쉬움에 이경환코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사실 저도 여자마라톤코치로선 초년병이기때문에 은주가 잠재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지도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어쨌든 희망과 자신을 갖게되었어요. 일본이 우리보다 약3년 먼저 여자마라톤을 개척했지만 일본을 능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야무지고 활달한 성격인 임은 80년 충남삽교고교를 나와 현재 대전조폐공사에 재직중이다. 고교2년때 지방 역전경주대회에 남녀공학인 삽교고팀의 유일한 여자선수로 출전한 것이 마라톤에 뜻을 품은 계기가 됐다.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나가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최대의 꿈』이며『올해엔 2시간40분, 내년엔 2시간30분대,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땐 2시간20분대 주파가 목표』라는것이 앞으로의 설계다.
고향이 충남보령군 청소면 정전리. 국민교와 중학을 이산골마을에서 매일 2시간을 걸어 다녔다. 논 1천4백평, 밭5백평을 가꾸는 임영섭씨(52)의 7남매중 고명딸. 한국여자마라톤의 시조격인 이 비범한 선수가 받는 직장월급은 1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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