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금리 인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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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하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유럽 각국의 정치권에서는 둔화하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ECB가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고유가와 저금리에 따른 물가상승을 걱정해야 할 시점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FT는 최근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와 오트마르 이싱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과 달리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금리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리셰 총재는 2일 ECB 정례회의 직후 "우리가 금리 인하를 선택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포기했다"고 밝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누트 벨링크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할 이유가 없다. 금리 인하는 유럽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니콜라스 가르가나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도 AFP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부터 인플레이션 위험이 점차 상승하고 있고 지금도 여전하다"며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독일 상공회의소도 최근 "은행들이 안전한 곳에만 대출을 해주려 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해도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가계 소비가 촉진되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상의는 금리 인하보다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도록 대출 관행을 바꾸고 세율 인하 등으로 기업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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