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의 마지막 16개월간|통화·회담 내용 전부를 녹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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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건진특파원】「존·F·케네디」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마지막 l6개월간 백악관에서 있었던 각종 회의와 전화 통화내용을 6백여 회에 걸쳐 비밀리에 녹음해 두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4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케네디」대통령이 62년 7월부터 63년11월 암살되기 직전까지 백악관에서 자신이 주재한 각종 회의와 자신과 외부인사들간의 전화통화내용을 모두 녹음했으며 회의 참가자나 전화통화를 한 상대방은 이런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보스턴의 케네디 도서관에서 29페이지에 달하는 녹음목록을 찾아내 비밀녹음 사실을 확인했다.
워터게이트사건을 파헤쳐 명성을 얻었던 「보브·우드워드」기자(현재 워싱턴포스트 사회부 근무)가 쓴 이 폭로기사는 녹음된 내용 중에는 쿠바미사일 위기 때와 베를린·베트남 사태 등에 관한 국가최고기밀을 다루었던 국가안보외의(NSC)의 회의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녹음테이프의 목록은「케네디」대통령의 집무실에서 있었던 회의와 각료회의가 3백25회, 「케네디」대통령이 가족·각료·백악관참모·전직대통령들·상하의원들·세계 각국의 지도자 및 각국 외교관들과 가진 전화내용이 2백75회나 포함돼 있다. 녹음테이프의 대화시간은 모두 3백시간 정도다.
「케네디」대통령의 개인여비서였던 「에브린·링컨」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나는 엔지니어였다』고 밝히고 『「케네디」대통령이 사무실에서 스위치를 누르면 내 책상 위에 빨간불이 켜졌고, 이는 곧 녹음을 시작하라는 신호였다』고 말했다.
「케네디」대통령의 특별 고문이자 가장 가까운 보좌관이었던 「디어도·소렌슨」씨는 지난달 이 녹음 테이프의 리스트를 보고 나서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어떻게 해서「케네디」대통령이 그런 녹음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케네디」대통령의 참모였던 「아더·슐레진저」교수는 「케네디」가 백악관 대화내용을 녹음한 것은『상상할 수도 없는 일』 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녹음테이프의 대상자 리스트에는 「아이젠하워」, 「트루먼」 등 전직대통령을 비롯해서 「재클린」여사, 두 동생인 「로버트」와「에드워드·케네디」, 당시의 부통령 「존슨」, 상원의원 (「골드워터」, 「험프리」, 「잭슨」「풀브라이트」, 「맨스필드」) 「매코맥」하원의장, 「러스크」국무장관, 「맥나마라」국방장관,「번디」국가안보담당보좌관, 「매콘」CIA국장, 그리고 「테일러」합참의장과 「맥아더」장군 등 각급 군지도자들이 포함돼 있다.
이 녹음시설은 62년 여름 백악관 경호실에 의해 비밀리에 설치되어 「케네디」가 암살당한 당일인 63년11월22일에 철거됐다.
「케네디」대통령은 당시「맥나마라」국방장관과의 대화에서 『국가기밀누설자를 찾아 내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 하는문제』도 의논했고 『CIA가 평화봉사단 활동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에 관해 큰 관심을 표명한 것도 있다.
이 테이프 중 가족들과 가진 「사적」인 부분은 녹음이 지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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