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그 기업이 알고싶다] 3. CJ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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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 CJ 신입사원들이 ‘지식박람회’에서 현장체험 학습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팀은 CJ그룹의 상품과 서비스 마일리지 카드를 통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맨 왼쪽)이 아이디어를 듣고 간단한 평을 내리고 있다. [CJ 제공]

'오래됐지만 젊은 기업.'

CJ가 추구하는 기업상이다. CJ는 1953년 설립된 제일제당공업주식회사를 전신으로 하는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회사다. 오래된 회사지만 매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취업 선호도나 기업이미지 조사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연륜이 주는 신뢰감에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이미지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회사 측은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인재경영의 남다른 비법 때문이라고 밝혔다.

◆ 힘들여 뽑는다=신입사원을 뽑는 단계는 서류전형.필기.면접 등 3단계로 다른 회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회사와 다른 것은 서류전형으로 지원자를 추린 뒤 치르는 필기시험부터다. 필기로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가치판단'(BJI)이란 시험을 본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를 묻는 4지선다형 문제들을 푸는 것이다. 예컨대 '불가피한 사정으로 회사의 중요한 회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식이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CJ적'인 행동을 선택할 경우만 점수를 준다. CJ 채용과정의 핵심은 역량면접이다. 면접위원 2명이 지원자 1명을 평가한다. 1시간 이상 동안 면접자의 창의적 사고, 분석적 의사결정, 대인관계 등 역량을 중점적으로 본다. 차를 마시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지만 녹록지 않다. 면접위원은 주로 지원자의 경험을 물어본다.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과거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아내서 지원자의 미래 성과를 예측하고 평가하는 게 목적이다. 면접위원은 역량면접을 진행하기 위해 따로 교육을 받을 정도다. 솔직한 대답이 최선이다.

◆ 애써서 기른다=신입사원들은 입문 교육과 현장체험 학습, 지식박람회 등을 거쳐야 한다. 모두 5주 과정이다. 입문교육(2주)이 끝나면, 5~6명으로 팀을 짜 신제품 개발이나 기존 제품 및 서비스 개선 방안 등 연구 주제를 골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입사원들은 이 과정에서 생산.마케팅.판매 등의 경영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회사는 비용과 시설을 지원해주며 과장급 멘토를 팀마다 1명씩 지정한다. 각 팀의 결과는 '지식박람회'에서 발표된다. 우수한 아이디어는 실제 채택된다.

지난해엔 CGV 좌석에 가방 보관 공간을 만들자는 제안이 채택돼 일부 CGV에 도입되기도 했다. 각 부서에 배치된 신입사원은 강도높은 현장교육(OJT)을 받는다. 신입이라고 잔심부름만 시키지는 않는다. 지난해 12월 입사한 프레시 푸드 SU 송민정씨는 "OJT를 마친 뒤 영업사원 시간활용에 대해 조사 발표를 했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는 등 근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져 실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유롭게 큰다=CJ의 입사 1년차인 한 직원은 "삼성전자 등에 비해 연봉 수준은 낮은 편"이라며 "그래도 휴일은 꼬박 챙겨 놀 수 있는 자유로운 기업문화는 남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호칭은 이름과 함께 '님'자로 끝난다. 직책은 안 붙인다. CJ그룹 이재현 회장도 '이재현님'이라 부른다. 또 정장 대신 '매너를 갖춘 편안한 복장'을 입고 출근할 수 있다. 지나치게 튀는 옷만 삼가면 된다. 이와 함께 탄력 시간 근무제도를 운영해 근무 시간을 개인 또는 부서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송씨는 "입사 후 첫 팀 회식을 볼링장에서 했다"고 말했다. 볼링을 친 뒤 저녁을 먹고 가벼운 맥주 한 잔을 한 게 전부였다. 회식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다. 공연을 보러 가는 경우도 많다.

사내 복지제도도 괜찮다. 자기에게 필요한 복리.후생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제도'가 대표적이다. CJ의 임직원은 매년 555점 이상의 포인트를 받는다. 학원비, 학자금은 물론 주택 대부도 카페테리아 포인트를 이용해 공제할 수 있다.

이철재 기자

※다음 주(6월 22일자) X-파일 ④회는 삼성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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