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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신문이 ‘김정은이 받았다’고 보도한 위 밴드술의 수술 중 사망률은 0.05%

중앙일보

입력

90㎏(2010년10월 국내 언론에 사진이 첫 공개됐을 때)→120~130㎏(최근 40여 일간의 잠적 전)→110㎏ 내외(잠적 후).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대략적인 체중 변화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4일(현지시각) “김정은 위원장이 비만 치료를 위해 중국에서 위(胃) 축소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가사에선 중국의 한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위 축소 수술인 ‘위 밴드 수술’을 받았고 김 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69주년 기념식 등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고 했다. 기사의 진위 여부를 떠나 40여일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김 위원장이 10㎏가량 빠진 모습을 보이자 위 밴드 수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30대 초반인 김정은은 고도 비만자다. 키 175㎝, 체중 120~130㎏으로 추정되는 그의 신체 값을 근거로 체질량 지수(BMI)를 산출하면 40 정도다. 비만도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BMI는 자신의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일반적으로 BMI가 23∼25 미만이면 과(過)체중, 25∼30 미만이면 비만, 30∼40 미만이면 고도 비만, 40 이상이면 초고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반대로 BMI가 18에 못 미치면 저(低)체중이다.

서울365mc위밴드병원 조민영 병원장은 “BMI 40 정도의 고도 비만이라면 지방세포에서 염증 물질이 과다 분비되면서 대사증후군을 포함한 각종 합병증이 발생 가능한 상태”이며 “젊더라도 체중 감량에 들어가지 않으면 수명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건강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쯤 되면 단순한 식이요법이나 운동처방으론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고 수술 등 의학적인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수술은 가장 효과가 확실하지만 최후의 수단

고도 비만 환자들은 스스로 식욕조절이 어려운데다 김 위원장처럼 관절(또는 발목) 부상이 있는 사람이 섣불리 운동을 했다간 관절 건강만 악화될 수 있다.

가톨릭의대 대전성모병원 비만클리닉 이상권 교수도 “고도 비만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지방간·심혈관 질환·수면무호흡증·관절염·우울증 등 다양한 합병증의 직·간접적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각종 암의 위험인자”이며 “비만과 관련된 사망률은 18.2%나 되므로 고도 비만 환자와 가족들이 비만을 단순히 미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 해소법은 오만가지다. 하지만 체중을 줄이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해결하는 것이 베스트다. 이 방법으로 안 되면 체중 감량을 돕는다는 약을 복용하는 약물요법이 차선책이다.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다. 수술 도중 숨질 확률이 평균 0.3∼0.5%이기 때문이다. 대신 가장 확실한 체중 감량 효과를 안겨 준다. 비만과 관련된 사망률이 18.2%에 달하므로 고도 비만 환자에겐 수술이 ‘남는 장사’일 수 있다.
강남성심병원 내과 유형준 교수는 “국내에서도 체중 감량을 위한 수술을 받다가 환자가 숨진 사례가 있다”고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으므로 수술 여부는 환자·의사 모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도 비만이면서 운동·식사·행동요법을 철저히 했어도 호흡 곤란과 심장에 큰 부담을 느끼는 환자에게만 극히 제한적으로 시술돼야 한다는 것.

위 밴드술 받은 후 식사량 1/3로 줄여야

김 위원장 같은 고도 비만 환자 치료를 위한 수술을 배리아트릭(Bariatric)수술이라 한다. 그리스어로 체중을 뜻하는 ‘바로스(baros)’와 치료를 의미하는 ‘이아트릭(iatrike)’을 합성한 단어다. 위 밴드술·위 우회술·위 축소술이 대표적인 배리아트릭 수술이다.

배리아트릭 수술 중 가장 간단하고 부담이 적은 것은 위(胃) 밴드 수술이다. 수술에 따른 사망률이 0.05∼0.1%다. 위 밴드술은 식도와 위가 이어지는 부위를 ‘위 밴드’로 묶어 위장으로 음식이 덜 내려가게 하는 것이다. 개복해서 위를 직접 자르지 않아도 되므로 외과 수술로 인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으며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단 밴드 안의 풍선 부위에 주기적으로 식염수를 채우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김 위원장이 위 밴드술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수술 후 4~6주 사이에 1차 필링(밴드를 조여 주는 시술)을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4~6주 지나면 몸속의 위 밴드가 자리를 잡고 수술 상처도 거의 치유된다.

위 밴드술을 받은 것만으로 만사 OK는 아니다. 매주 1㎏ 정도 감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식사량을 평소의 1/3 이하로 줄여야 한다. 수술을 받기 전처럼 과식을 한다면 식도 확장증이 생길 수도 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이고 고지방·고열량 음식의 섭취도 자체해야 한다. 김정은이 즐겨 먹었다는 에멘탈 치즈는 100g당 열량이 255㎉이다. 밥 반 공기(105g)의 열량이 150㎉인 것에 비하면 고열량 식품이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위 밴드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 수술 후 식사량은 대폭 줄어든다. 식사량은 밴드 내에 있는 풍선을 부풀여서 조절한다. 수술이 잘못될 경우 밴드를 제거하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위 밴드술의 적용 대상은 BMI가 35 이상이거나, BMI는 30~35 사이지만 비만으로 인해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관절염 등이 동반된 사람이다. 국내에선 가톨릭대학 계열 병원·인천 길병원 등과 일부 개원가에서 시술되고 있으며 비용은 600만∼800만 선.

살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위 우회술

위 밴드 수술이 적용되는 환자들보다 체중·BMI가 더 높은 사람에겐 위(胃) 우회술이 추천된다. 위를 15~20㎖ 정도로 조그맣게 만들어 나머지 위와 분리시켜 놓은 뒤 이 작아진 위와 소장을 연결시키는 수술법이다. 따라서 섭취한 음식 대부분이 위와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고 소장으로 바로 내려간다. 위 우회술을 받으면 음식의 섭취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음식의 흡수도 감소한다. 수술 후 바로 살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위를 최대 99%까지 잘라내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이상권 교수는 “위 우회술을 받으면 덤으로 당뇨병까지 치료될 수 있다”며 “수술 뒤 인크레틴이란 호르몬의 변화 덕분일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위 우회술을 받은 뒤 수일 만에 분명한 당뇨병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비만수술로 뿐만 아니라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방법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수술도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 비용은 1000만원 안팎.

위(胃) 축소술(소매절제술)은 위(胃)의 불룩하게 나온 부분을 아래위로 길게 잘라 위를 원통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수술법이다. 이 수술을 받으면 위의 크기가 거의 10분의 1로 줄어든다. 위를 일부 잘라내면 식욕 촉진 호르몬을 생산하는 세포들도 함께 제거되기 때문에 식욕 감퇴는 물론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고혈압 등 다른 질환의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역시 복강경으로 시행된다. 비용은 900만 원 정도.

고도 비만 환자들이 배리아트릭 수술을 받으면 한 끼 먹는 양이 밥과 반찬 모두 합쳐도 종이컵 하나를 넘지 못한다. 국내에선 배리아트릭 수술이 대부분 구멍 몇 군데를 통해 수술을 하는 복강경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상처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수술 시간은 2시간 안팎이다. 복강경 수술을 받을 경우 수술 후 1∼2일이면 퇴원이 가능하다. 특히 위 밴드술은 당일 퇴원은 물론 다음 날부터 활동이 가능할 정도다. 다만 위 축소술·위 우회술은 일부 장기를 절제해야 하므로 합병증·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배리아트릭 수술의 감량 효과는?

미국에선 BMI가 35~40이면서 비만 관련 합병증이 있거나, BMI 40 이상이면 배리아트릭 수술을 고려한다.

루이스 애런 미국 코넬대 의대 교수는 "위 우회술을 받으면 체중이 평균 33%, 위 밴드술·위 축소술을 받으면 평균 20%의 체중감량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수술비용은 평균 2만6000달러.

미국에선 연간 20만 건 이상의 배리아트릭 수술이 실시되고 있다. 의료보험 적용도 받는다. 수술 자체의 위험보다는 수술 후 환자가 누리게 될 건강상 이익이 더 크다고 평가돼서다. 그러나 국내에선 매년 1000∼1500건 정도 시술될 것으로 추산된다. 수술비용이 600만~1500만원이나 되는 데다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이 힘들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고도 비만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물론 수술이 만능은 아니다.

이상권 교수는 “수술을 받으면 음식 조절이 이전보다 쉽게 된다는 것이지 수술 자체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고 나쁜 생활습관도 교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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