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전담팀 '김우중 수사'본격화] 작년 방북 … 신의주특구 개발 협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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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한때 머물렀던 주택.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파블롱 지역 고급 주택가에 있다. [중앙포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해외도피 기간 중 대북 활동도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방북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베이징(北京)의 소식통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0월 베이징을 경유해 방북한 뒤 신의주 특구 개발 방안을 놓고 북측 관계자와 협의를 벌였다"며 "하지만 북핵 문제로 상황이 좋지 않아 더 이상 진전은 보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났으며 양빈(楊斌) 사건 이후 중지된 신의주 특구 후속 개발 문제에 관해 북한 측과 의향서 수준의 문건에 서명도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김 전 회장은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지는 못했으며, 특구 개발이 이뤄질 경우 경제 고문을 맡는 방안이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9년 10월 중국 엔진공장 준공식에 참석차 출국한 이후 14일 귀국할 때까지 5년8개월 동안 독일.프랑스 등 유럽에도 있었지만 주로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에 머물렀다. 몇 차례 수술도 받았으며, 건강을 위해 국내에선 안 하던 골프를 새로 배워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라운딩을 하는데 현재 보기 플레이 정도 한다고 그의 측근들은 전했다.

김 전 회장은 2002년 태국에서 철학자 김용옥씨와 만나 이야기한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유럽에서 미국 경제 잡지인 포춘의 객원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한 기자는 대우차에 경영 자문 역할을 해 와 알고 지내던 인사라고 한다. 당시 그는 "정부 고위층에서 잠시 (외국에) 나가 있으라고 해서 나갔는데 그 이후 아무런 (들어오라는)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언급했었다.

올 4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목격됐다. 베트남 소식통은 "김 전 회장은 지난 2월 베트남에 입국한 뒤 지금까지 계속 하노이 등 베트남에 체류하고 있다"면서 "건강 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고 베트남 정부 유력자들이 특별 배려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그동안 베트남 중부의 고도(古都)인 훼(Hue)와 인근의 다낭지역 등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전 회장의 가족들은 그동안 국내에 계속 머물며 여러 활동을 해왔다.

부인 정희자씨는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골프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차남 선협(36)씨는 이 골프장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활동을 시작했다. 막내 아들인 선용(30)씨는 미국에서 공부하다 병역 관계로 입국, 6개월 전쯤 병역을 마치고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과 결혼한 장녀 선정(40)씨는 10일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관 큐레이터를 맡는 등 예술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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