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 패배, 방심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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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도파·한일합섬의 일전은 경기에서 방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보여준 교훈적인 경기였다.
미도파는 첫 세트에서 김화복·한경애의 왼쪽공격이 주효, 순식간에 8-2까지 크게 앞서나가 예상대로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미도파는 이 호기에서 잠시 공격의 고삐를 늦춰준 게 큰 실책이었다.
한일합섬은 국가대표로 구성된 미도파가 한 수위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끈질긴 수비와 파이팅만이 미도파를 꺾을 수 있다는 정신력이 전 선수에게 가득 찬 듯했다.
한일합섬은 미도파의 공격을 끈질긴 수비로 걷어올리고 올해 태안여상을 졸업예정으로 실업 첫 무대인 박미향·이명자 콤비가 잇달아 좌우공격을 퍼부어 순식간에 전세를 11-10으로 뒤집었다.
노련한 주장 김화복이 미도파선수들을 격려했으나 이미 흔들린 데다 상승세를 타고있는 한일합섬의 노도와 같은 공격을 차단하기에는 늦었었다.
미도파의 제2의 방심은 제3세트에서 또다시 나타났다.
2세트를 단4점만 허용한 채 한일합섬에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자 선수들이 또다시 한일합섬쯤이야 하는 방심을 갖게되었다.
한일합섬은 3세트초반부터 미도파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전 국가대표 정화숙이 페인팅과 변칙타법으로 미도파의 수비를 교란하고 화경연의 이동공격이 불을 뿜어 15-9로 승리를 굳혔다.
미도파는 세터인 이운임의 토스가 불안한데다 김화복을 제외한 한경애·곽인옥의 공격이 한일합섬의 박미향·이명자 콤비블로킹에 완전 차단, 예상을 깨고 완패하고 말았다.
한일합섬의 승리의 수훈인 박미향(177cm·68kg)은 지난해 12월 3차 연맹전부터 출전할 수 있었지만 줄곧 벤치만 지키고있었다.
그러다가 동료인 주전 박희옥(17·176cm·태안여상)이 연습도중 다쳐 출전치 못하자 대타로 주전으로 출전했다.
허리의 유연성이 뛰어나고 어깨와 손목이 좋아 대성할 소지를 보이고 있는 박의 플레이를 지켜본 많은 배구인들은「갯벌 속의 진주」라고 입을 모으며『장래 국가대표선수재목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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