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2)-화맥인맥 제76화

<제1회「국전」>
정부수립의 기쁨을 안고 미술인들은 일제시대 미술전람회와 같은 행사를 우리들의 손으로 열자는 여론을 일으켰다.
미술인들 뿐만 아니라 민족적 대축제인 전람회를 만들기 위해 문교부가 앞장섰다.
산하에 예술위원회를 두어 여기서 심사위원을 뽑고 전람회 규정을 정했다.
이때의 예술위원회 회원들이 바로 초기 국전을 주도한 춘곡 고희동 설초 이술우 색전 손재반 심산 노수현 우석 장 발 오하 이병규씨 등이다.
이들은 일제 때 활약한 작가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선전시대 작가를 모두 거세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고심했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었던 화가가 이당 (김은호) 과 청전 (이상범) 이었다.
이당과 청전은 선전시대「참여」란 이름으로 심사위원을 지낸 분이어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당은 3·1운동 때 독립신문을 뿌리다가 붙잡혀 1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했고 청전도 36년 손기정 일장기 말살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직장(동아일보)까지 뺏긴 실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술위원회는 이들을 심사위원으로는 천거하지 않았지만 추천작가로는 뽑았다.
서양화 부에서도 선전의 추천작가에서 소외당하던 심형구·김인승을 국전 추천작가로 선정했다.
조각 부에서는「대화지사건」으로 조선미술건설본부에 의해 재명 처분을 받았던 윤효중도 추천작가가 되었다. 이렇듯 국전을 위해 만든 예술위원회가 골격을 짜놓고 난 연후에 문교부에 바통을 넘겼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는 49년9월22일 문교부고시 제1호로 고고의 성을 울렸다.
1회 국전은 11월21일부터 12월11일까지 20일 동안 경복궁미술관 (지금의 민속관)에서 열렸다.
출품작은 동양화71, 서양화가 절대 다수인 5백43, 조각41, 공예56, 서예1백29점등 모두 8백40점이었다.
이중 입선작품으로 동양화 31 (특선5) , 서양화 1백16(6) , 조각22(4), 공예 36 (3) , 서예 38 (3)점이 뽑혔다. 영예의 대통령상엔『폐림지 근방』(서양화)을 낸 유경채씨(당시28세·서울사범교수)가, 국무총리상은『꽃장수』를 출품한 산정 서세옥(당시21세·서울대미술대 학생)이 차지했다.
1회전 때는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서울대 예술대학 미술학부 학생으로 1회 국전에 출품한 학생은 동양화 부에 산정·남정 (박노수) ·목불 (장운재)·안혜택 등이다.
이때 후에 고암 (이응노) 의 부인이 된 박인경(이대) 도 출품, 엄선했다.
서양화 부는 유형필이 입선했다.
조각 부에선 백문기 (L부인)·김세중 (청년) 이 특선에 올라 기염을 토했다.
1회 국전의 심사위원으로는 제1부 (동양학)에 춘곡·소정 (변관식)· 심산(노수현)·묵노(이용우)와 내가 뽑혔다.
나는 당시37세였는데 심사위원 중 최연소자였다.
제2부(서양화)는 설초·도천(도상봉) 우석· 박인성·오하·수화 (김환기)가 맡아서 했다.
제3부(조각)는 김경승씨 혼자 심사를 했다.
제4부(공예)는 강초원·철마(김중현)·김재석씨 등이다.
철마는 화가였는데 어떻게 공예 부심사위원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철마는 협전에서도 동양화·서양화에 모두 입선한 2관이었고, 선전에서도 동·서양화를 왔다갔다 들쭉날쭉한 사람이다. 철마는 묵노와 처남매부간이었다. 묵노는 술이 들어가면 철마가 살짝 곰보인 것을 꼬집느라고 『마누라가 처남얼굴을 닮아서 밉다』고 곧잘 농을 했다.
제5부 (서예)는 석정 (안종원) ·영운 (김용진)·색전 (손재형) 이 심사했다. 서예부에선 원곡(김기승)이 문교부장관상을, 학남(정환섭)과 동강(조수호) 이 특선에 올랐다.
이때 일중(김충현)은 추천작가로『고시조』·『예서학서사논』두 작품을 냈다.
여초(김두현)도 출품, 두 작품 모두 입선했다.
1회 때는 한사람이 두 점도 낼 수 있었다. 도설가 지순탁씨도 그때『탁각문고』를 출품, 입선했다.
1회 국전 때는 일반 공개에 앞서 11월20일(일요일)하오2시에 초대대통령 이승만 박사와 부인「프란체스카」여사가 관람, 작품마다 전문가 못지 않게 안목 높은 평을 해서 심사위원을 놀라게 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