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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 소득세|이렇게 생각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금년 1윌 1일부터 원고나 그림같은 문예창작 소득에 대한 세금이 전보다 훨씬 무겁게 매겨지고 있다. 또 비직업적으로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는 사람들도 세금을 내야한다. 그 동안 실시돼 온 문예창작 활동에 대한 특별소득공제(연간 3백60만원) 등의 실시에 따른 특혜에 비하면 혹독한 조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세정 당국은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다」는 과세의 기본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이론이다. 과세자와 납세자의 입장을 들어본다.

<과세자 입장>적은 액수라도 고루 내야 공평
서영택 재무부 세제국장
「세금은 문명사회를 위해서 모두가 지불하는 대가다」라고 말한 「O·W·홈즈」 미국 대심원 판사의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중요한 것은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모두가 마땅히 나누어 공평하게 부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세금이라는 「납세관념」이다.
세금을 안내는 부분이나 면제해주고 있는 부분이 많을수록 그만큼 세금을 내는 다른 사람의 부담은 더 무거워지고 납세의식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적은 세금이라도 내는 경우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경우는 납세관념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세 등 저술활동, 그림·조각·서예 등 미술품, 작곡·사진·만화 등 창작품에 대하여 받는 소득에 대한 세금 문제도 같은 입장에서 지난 79년 세법개정에 과세하기로 한 것이다.
그 동안 우리 나라 문예인의 대부분이 어려운 소득계층이라는 점과 저소득 문예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79년까지는 일체 비과세 해오다가 과세로 전환하면서 급작스런 과세에 따른 문예창작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81년 말까지 잠정조치로, 직업적인 문예창작 소득은 년 3백60만원의 특별공제를 인정하고 기타 일시적인 문예창작 소득은 81년 말까지 과세를 유예했다.
우리 나라도 그 동안 사회·경제발전으로 국민소득 수준도 많이 향상되고 이에 따라 문예창작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넓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에 따른 소득수준도 향상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하루 벌어 생활하는 일용 근로자나 구멍가게 상인도 국민된 도리로 세금을 내고 있다는 실정에 맞추어 다소나마 세금을 내는 것은 오히려 국민을 계도하고 솔선 수범해야 할 문예인의 입장에서도 떳떳하리라고 믿는다.
또한 문예창작 소득의 세 부담 수준을 보면 과세한다 하더라도 문예인의 모든 수입을 과세하는 것이 아니고, 창작활동에 소요되는 실제 필요경비는 모두 공제해 주고 있기 때문에(수입 금액의 75∼80%를 비용으로 인정, 25∼20%만 과세소득으로 간주) 실질적으로 근로소득 등 다른 분야 소득에 비하여 부담률이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납세자 입장>키워야 할 정신문화 도리어 위축
서동훈(작가)
원고료는 몇 년째 꼼짝달싹 않고 출판계는 몇 년째 심각한 불황속에서 허덕여 왔는데 이제 또 문예창작에 대한 세금이 문필가들의 뒤통수를 친다.
저질의 소비문화가 기승을 올릴수록 고급의 문자문화는 한층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마땅할 것인데, 몇몇 작가들의 벌이가 괜찮더라 해서 과세강화로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질주의로만 치달아 살벌해져 가는 인간들에게 문화의 맛을 보여 주고 국어의 아름다움을 참조하는 사람, 제나라 말로 엽서 한 장 쓰라면 누더기 글을 써놓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이 세태에 국어를 사랑하고 갈고 닦는 사람. 이들만큼 애국하는 이가 어디 있을까. 이런 작가들이 차츰 글쓰기를 외면하고 살길을 찾아 떠나는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인데 이제 또 중과세의 칼을 뽑아들면 이 나라의 문학은 어떻게 되는가.
글 값만으로 생활이 되는 문인은 소설가· 극작가 둥 합쳐서 30명이 못된다. 그들의 수입도 안정된 수입이 아니다. 신문 연재 등이 끝나면 그 벌이도 끝난다. 지속적인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제도는 하나도 없다. 일거리가 없는 동안은 자료수집과 취재에 전념해서 다음 작품에 대비해야 하는데 그 동안은 수입도 없고 취재비를 주는 사람도 없다. 여기에 또 중과세를 하면 누가 사명감을 갖고 문학을 지킬 것인가. 국고수입에 큰 보탬도 안되면서 창작의욕만 줄일 뿐이다.
봉급 생활자들은 고정급이 있어서 생활도 안정되고 퇴직금이 있어 노후가 보장되고, 공무원은 연금혜택도 받지만 전업작가는 세금을 조금 적게 낸다는 혜택밖에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제 그것마저 빼앗아 가면 볼에 붙은 밥풀 몇개 뜯어먹자고 문자문화를 고갈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 나라의 정신문화는 아직 더 키워야 한다. 우리가 물질적으로 이만큼 부자다 하는 자랑보다 우리의 문화예술은 이만큼 앞서가고 있다는 자랑이 낫다.
창작하는 1시간의 고통은 일상적인 열 10시간과 맞먹는다고 흔히 말한다.
그래서 문학의 길은 가시밭길이라 한다. 그 가시밭길을 걷는 우리들의 어깨에 이제는 무거운 세금의 짐을 얹어 놓았다.
지금의 우리 나라 문화수준에서 문자문화는 보호육성의 대상이지 중과세의 대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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