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는 없겠지만 비는 많지 않을 듯|올 봄·여름의 기상을 점쳐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상, 올해는 또 무슨 조화를 부릴 것인가. 82년은 5월과 11월 사이 태양계의 행성들이 1백79년만에 60도의 각도 안에 모이는 해로 오래 전부터 이상기상이 세계를 휩쓸 것이라고 예견돼 왔다. 일본의 기상 전문가들은 이미 금년은 세계적 규모의 냉해와 한발이 각지를 덮쳐 대 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년 들어 벌써 영국·미국서부지역·프랑스·스칸디나비아반도·소련에 때아닌 폭우·폭설·지독한 한파 등이 발생, 막대한 재산 및 인명피해를 주고 있다.
미국은 지난4일부터 서부해안지역을 강타한 겨울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 캘리포니아의 샌타크루즈 지역에서만 28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실종자가 생겼다. 영국은 스코틀랜드와 동부해안의 바다가 얼 정도의 혹한이 계속되고 있으며 중부와 남부지방에는 2.5m의 폭설이 내려 많은 도시들이 고립됐다.
우리나라도 지난 80년 여름의 혹독한 냉해와 81년초 겨울의 이상한파가 몰아친데 이어 이번 겨울은 의외의 난동을 기록하고있다.
금년은 5차 5개년 경제사회개발계획의 첫해로 무엇보다 농업의 순조로운 성장이 절실한 형편이다. 현 단계에서 4∼5개월 후의 날씨를 전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각종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날씨를 예상해 본다.

<봄(3·4·5월)>
3월에 들어서면 우리나라의 날씨는 몽고와 바이칼호 부근에 중심을 둔 한랭한 대륙성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된다.
대신 만주와 화북지방에서 분리되어 변질된 이동성 고기압과 양자강유역에서 동진 하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에 따라 기압골이 통과할 때마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이 잦아진다.
4월이 되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이 나타나 기온은 상승하며 황사현상이 두드려진다. 5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해에까지 영향을 끼쳐 기온은 급상승하며 자주 이동성 고기압이 동서고압대를 만들어 날씨는 맑고 비는 많이 오지 않는다.

<이상건조가 문제>
한마디로 봄날 씨는 일년 중 일기변화가 가장 심한 계절로 이동성 기압들의 이동속도에 따라 3∼4일간의 기간을 두고 규칙적으로 변한다. 이런 봄날 씨에 나타나는 특수탄 일기현상은 이상건조·황사·늦서리 등이었다.
이중 가장 문제되는 것은 이상건조가 극심하여 20일 이상 비가 오지 않는 봄 가뭄.
봄 가뭄은 모내기철에 흔히 나타나 농부들의 마음을 애태우기 일쑤다.
이런 봄 가뭄은 수증기를 적게 포함하고 있는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4, 5월에 심하다. 이동성 고기압은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떨어져 나와 변질된 것으로 시간당 40∼50㎞의 속도로 이동해 간다. 이 고기압이 지나면 곧 구름이 나타나 일기는 악화되기 쉽다.
서울대 정창희 교수가 분석한 1908년부터 1970년까지의 이상강우량발생(서울지방)을 보면 4, 5월에 60년 동안 30회나 평년보다 적은 강우량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의 출현은 근년에 이르러. 더욱 잦은 빈도를 보이고있다.
지난 71부터 81년까지 7차례나 봄 가뭄을 겪었다. 이중 4월 가뭄이 6차례나 있었다.
57년과 77년 사이의 20년간을 보면 13번이나 크고 작은 가뭄을 기록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기상특성은 봄과 가을에 이상강우가 발생하는 횟수가 많아 금년 봄도 한때의 봄 가뭄이 예상되기도 한다.
날씨 패턴은 81년이 77년과 유사성을 갖고 있으며 금년1월의 장기예보도 78년의 1월과 비슷함을 보이고있어 올해도 78년 4월처럼 봄 가뭄의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강우현상은 기온과는 달리 국지적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큰데 이것은 강우량이 지형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기온은 금년 겨울처럼 계속 78년과 유사한 패턴을 보일 경우 전국적으로 1∼2도 정도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야간에 영하로 내려가 농작물에 냉해를 주는 현상은 전주이북에서는 매년30%이상의 확률을 갖고 나타난다.

<여름(6·7·8월)>
여름기상에서 가장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과연 냉해가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냉해가 발생하게되는 이상 기상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북위 30∼65도에서 부는 편서풍의 움직임이다. 이 편서풍이 3∼5개의 파형을 이루면서 남북으로 오르락 거리면 이상기상이 나타난다.
편서풍이 올라간 지역은 난 기가 흘러들어 오면서 혹서와 난동을 일으킨다.

<3년째 감소기에>
반대로 파형이 내려간 지역은 북쪽의 한기가 밀려 내려와 한파를 발생시킨다.
올 들어 미국·유럽에 1백년만에 몰아치는 한파는 편서풍의 사행으로 북극의 한기가 내려와 장기간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동북부지역은 파형이 올라간 지역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강우량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태양의 흑점 활동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흑점활동 11년 주기와 강우량과는 상당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흑점활동과 강우량과의 관계는 서울대 김성삼 교수의 2백년간(1770∼1974)의 하계 강우량 분석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서울의 하계 평균 강우량을 7백51.5㎜라보고 5백㎜이하를 과우년, 1천2백㎜이상은 다우년이라고 할 때 지난 2백년간 다우년이 28회, 과우년이 35회 있었다.
이때 태양활동 극대 기는 주로 다우년에 해당하고 과우년은 흑점활동이 감소하거나 하강추세인 해에 일어났다.
82년은 79년의 극대점에 이어 3년째 감소기에 해당하고 있다. 79년의 흑점 상대 수는 1백55.4, 80년이 1백54.6이었으며 지난해 10월까지 1백39.3으로 크게 떨어졌다. 흑점활동과 강우량과의 상관관계만을 보아서는 82년 여름에 어느 정도의 한발을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더욱 금년은 세계 기상이변이 우려되고 있는 해라 이런 염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가지 요인으로 추정할 때 금년은 80년과 같은 냉해는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은 비가 적은 해는 냉해가 잘 나타나지 않은 경향이 있어서다. 부산대 문승의 교수가 분석한『남한의 최근 30년간의 이상기상의 특성에 관하여』란 논문을 보면 이상저온은 이상다우와 그 상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지금까지 심한 한발이 들었을 때의 기압배치를 보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극히 발달하여 우리나라를 완전히 덮거나 오흐츠크해 고기압의 세력권이 남쪽까지 내려와 북태평양 기단과 오호츠크해 기단의 경계가 한반도 남쪽 멀리 형성됐을 때이다.
따라서 금년에 이 같은 장마전선의 배치가 예년에 비해 불규칙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장재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