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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기와 고행의 나들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소·마차·쌀나무(벼)·허수아비·배가 하얗게 살찐 까치 등 항상 보아도 아이들에겐 즐거운 풍경들이 되는 이곳 시골동네는 상가와 시장이 뚝 떨어져 세아이들과 시장을 보거나 외출하기는 참 어렵다.
외출할 때는 차가 많고 좁은 비포장길이라 비가 안 올 땐 흙먼지로 눈을 뜰 수 없고 눈이 올 땐 춥고 미끄러워 버스를 탄다. 아이들과 함께 타는 나는 미안하고 바쁜 마음으로 두아이를 안아 태우고 업은 아이와 함께 차가 떠날세라 높은 버스계단을 바삐 오른다. 버스계단은 꼭 이렇게 높고 힘들게 만들어야만 될까?
노인·아이업은 이·어린이들에겐 정말 힘든 계단이다. 그러면서도 어느 버스든 재촉이 심하며 다 타고 내리기도 전에 달리는 것이 보통이다. 아이들과 타고 내릴 때는 미리부터 가슴이 뛴다. 어쩌다 시외버스를 타면 영락없이 곡예하는 것 같다. 버스는 좌우로 마구 흔들고 곡선이나 직선인 길이든 아슬아슬히 부닺치는 것을 피하며 생사를 건 경쟁자들처럼 추월하고 추월 당하곤 한다.
그때마다 앞거울로 운전사의 얼굴을 보면 곡예사처럼 생각된다. 승객들은 아슬아슬히 매달려 곡예사의 춤에 시달리는 것 같다. 승객들은 생명없는 짐짝같고 버스는 마구 싣고 달리는 위험 가득한 도구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이러한 나들이는 큰 모험처럼 늘 기도와 함께 다닌다. 아이들은 그래도 즐겁단다. 집에 오는 때 버스는 풍선자루처럼 학생들을 앞문 뒷문(비상문)으로 순식간에 마구 집어넣는다. 아이들과 탈 수가 없어 어둡고 긴 길이지만 아이들에게 노래가사를 설명해 가르치며 걸어온다.
착하고 고맙게도 보채지 않고 집에 도착할 때는 다 배운다. 집에 들어서니 긴 여행처럼 주께 감사드리며 나의 따뜻한 안식처가 생소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큰 아이 씻겨 놓으니 시장에서 본 리어카에 잔뜩 쌓은 사과를 끄는 사과장수의 모습을 그려놓고는 잠들어있다. 어쩌면 섬세한 관찰력으로 자세히도 그렸는지 이마에 볼을 대주며 나의 아이들 때는 이런 교통지옥이 사라졌으면 싶다.
무질서하고 무분별한 교통지옥도 사라지고 예쁘고 안전한 버스의 모양과 친절한 버스로, 안정된 복지사회로 88년 올림픽을 맞이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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