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그 섬엔…] 2. 새들의 고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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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43년 만에 독도에서 발견된 한국뜸부기. 먼거리 이동으로 탈진한 이 새는 안타깝게도 사체로 발견됐다.

독도는 결코 외롭지 않다. 육지에서 200여km 떨어진 섬이지만 매년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독도를 번식지와 중간 휴식지로 이용하는 다양한 새들이 그들이다. 독도는 봄.가을 목숨을 걸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에게 잠시 쉬어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또 번식활동을 위해 찾아오는 바닷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중앙일보.KT 독도 환경탐사대가 확인한 독도의 조류는 총 92종 약 1만500여 개체였다. 이 결과는 1978년부터 현재까지 독도에서 관찰된 것보다 훨씬 많은 기록이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발견된 새는 1962년 채집기록 이후 한 번도 관찰되지 않았던 한국뜸부기를 비롯, 뿔쇠오리.흰날개해오라기.붉은머리멧새.북방쇠찌르레기 등 총 37종이다.

※아래사진은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발견된 37종 중 일부. < >안의 새는 기존 종.
<사진 크게 보기>

따라서 현재까지 독도에서 관찰된 조류는 모두 129종이 된다. 이중 독도에서 번식하는 바닷새는 괭이갈매기를 비롯해 바다제비.슴새 등이었다. 이번 조사의 성과 중 하나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가 독도에서 번식하고 있음을 최초로 확인한 것이다.

독도에서 서식하는 새 중 가장 많은 괭이갈매기는 8000여 마리(동도 약 1500둥지, 서도 약 2000둥지, 비번식 개체 약 1000여 마리)나 된다. 괭이갈매기는 한번 쌍을 맺으면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번식에 실패하지 않는 한 같은 상대와 매년 같은 둥지에서 함께 번식할 정도로 부부애가 남다르다. 새끼들은 7월 말~8월 초 부모와 함께 섬을 떠나 약 한 달간 함께 생활한 후 최종 독립한다. 새끼는 보통 약 3년이 지나야 번식을 할 수 있다. 독도를 떠난 새끼들은 매년 봄이 되면 고향인 독도를 다시 찾는 것이다.

그러나 독도의 자연환경이 새들이 살기에 좋은 곳만은 아니다. 장거리 비행에 지친 조류 중 일부는 최종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독도에서 목숨을 다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독도만이 갖는 생태적인 학술가치는 매우 높다. 철새의 이동경로 파악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독도에 대한 조류 연구는 단편적인 것에 불과했다. 생태조사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시적인 조사로는 '코끼리 더듬기 식'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독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본격적이고 전면적인 생태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권영수 박사(경희대 생물학과)

*** 중앙일보·KT 공동 독도 환경탐사

◆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장, 오윤식 박사(경상대), 권영수 박사(경희대), 장남원·신광식 수중사진가, 정영필 스킨스쿠버 다이버

◆ 사진부 신동연·안성식·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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