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통위 '콜금리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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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수 경기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서울 강남권과 판교 일대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려면 콜금리를 현행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 과열을 해소하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금리인상론도 서서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아파트와 땅 등 자산시장의 거품(버블)이 물가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경기 부진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고, 175조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을 늘려 가계와 금융권의 동반 부실을 불러올 수도 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지난달 "부동산 문제는 금통위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부동산 가격과 같은 자산 버블은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금통위의 기본 입장"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값이 뛸 경우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내수회복을 위한 저금리 정책이 경기는 살리지 못하고 부동산시장만 더욱 과열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며 "효과가 의문시되는 저금리 시대를 끝내고 콜금리를 한두 차례 올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남은 것은 금리 인상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금리 인상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콜금리는 경기회복 정도, 국내외 금리차, 소비자물가, 기업의 금융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경기가 회복된 뒤 부동산 과열이 지속된다면 그때 가서 올려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한은의 딜레마는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점이다. 경기가 이른 시일 안에 살아나거나 부동산 시장이 조만간 안정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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