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483. 멋적은(?) 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유월이 오면 붉은 물결로 넘실대던 광화문이 떠오른다. 그 정점엔 파도타기 응원이 있었다. 물결을 잇지 못한 사람은 눈총을 받아 겸연쩍고 주위 사람들은 김빠지게 마련인 파도타기 응원은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며 2002월드컵을 뜨겁게 달궜다. 눈총을 준 이도, 멋쩍은 미소를 지은 이도 마음만은 하나였기에 그해 여름은 행복했다.

'쑥스럽거나 미안하여 어색하다'는 뜻의 '겸연쩍다, 멋쩍다, 맥쩍다'의 표기법이 헷갈린다는 사람이 많다. '-쩍다' 대신 '-적다'를 붙여 '겸연적다, 멋적다, 맥적다'로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는 '-쩍다'의 어원이 '적다(少)'에서 왔기 때문에 오는 혼란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다'의 뜻이 유지될 때는 '-적다'로 쓰고, 어원에서 뜻이 멀어졌을 경우엔 발음나는 대로 쓰도록 규정돼 있다.

예를 들어 '재미나 흥미가 거의 없어 싱겁다'는 뜻의 '맛적다'는 [-쩍다]로 발음되더라도 어원을 밝혀 쓰고 '겸연쩍다, 멋쩍다, 맥쩍다' 등은 '적다'의 뜻이 없어졌으므로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다. '객쩍다(쓸데없고 싱겁다), 행망쩍다(아둔하다)'도 발음나는 대로 적어야 한다.

이은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