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김원기 "말발 안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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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신주류 중진인 정대철 대표와 김원기 고문이 고민에 빠졌다. 4.24 재.보선 패배 이후 신주류 사이에서 신당론이 통제 되지 않을 정도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동안 신당 창당론에 반대해 왔다. "신당은 민주당 분열로 이어질 것이며, 내년 총선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대신 당을 대폭 개조(리모델링)하자는 게 두 사람의 입장이었다.

鄭대표와 金고문은 28일 낮 신주류 의원들과 긴급 오찬모임을 한 자리에서도 같은 얘기를 했다. "젊은 의원들의 신당론도 일리가 있지만 현실정치를 간과해선 안된다. 우선 당을 질적으로 개선, 발전시키는 쪽으로 노력하자"는 등의 말을 했다고 이해찬 의원은 전했다.

이에 앞서 鄭대표는 확대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면서 "당이 분열돼선 안된다"며 "당 개혁에 대한 결론을 빨리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개혁안이 마무리되면 그걸로 신당론자들을 설득할 생각인 것이다.

문제는 신당 논의를 잠재울 만한 개혁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구주류를 대폭 물갈이하는 내용의 신주류 개혁안은 이미 구주류의 강력한 반대로 휴지조각이 돼버린 상태다. 그걸 되살릴 가능성이 없는 한 신당론자들에 대한 鄭대표와 金고문의 설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신주류의 신당 논의에서도 빠져있어 일일이 제동을 걸기도 어렵다.

만일 신당론이 현실화할 경우 신당 추진의 주도권을 놓칠지 모른다는 점이 두 사람의 고민이다. 신주류의 한 의원은 "鄭대표와 金고문도 이제 신당을 막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며 "두 분은 당 개혁과 관련해 구주류와 마지막 타협을 시도해본 뒤 안되면 신당논의에 가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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