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의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경련은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에 적극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정부의 경제정책과 호흡을 같이할 뜻을 밝혔다.
새로운 경제내각의 출발과 때를 맞춘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정책목표를 능가하는 의욕을 보인 점에서 올해 경제운용에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자세로 평가된다.
4일 전경련회장단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제시한 도매물가상승억제목표7∼8%선은 정부의 10%선보다 낮은 수준이며 국제수지적자폭 30억달러도 정부의 44억달러를 더한층 축소한 내용이다.
이러한 경제계의 다짐이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전례없이 강력한 의지를 표현했다는 것만은 환영할만하다.
물론 경제계가 스스로 공약한 목표를 실현해 나가려면 상당한 고통이 뒤따를 것은 명백하다.
지난 3년간의 경기침체로 기업의 재무구조는 더욱 나빠졌고 특히 내수의 부진은 내수기업의 가동률 저조를 불러오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올부터 예측되는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잡아, 가격인상을 요구해야할 처지에서 이를 참는다는 것은 대단한 자제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내외여건의 추이나 전망에 비추어 경제계가 좀더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반드시 난제만 산적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경기침체기를 통해 기업은 어느 정도 불황에 대한 내성을 길러왔고 경영합리화의 과정을 밟아왔다. 말하자면 기업체질강화의 필요성을 본의든 아니든 간에 절실히 느꼈으며그것을 받아들이고 소화해왔다.
그 위에 올해에는 경기회복이 확실히 진행되리라는 내외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새경제내각의 탄생, 통금해제, 중·고생 조발과 교복의 자율화, 올림픽경기의 태동이라는 대변혁이 국민생활에 활기를 더해 주어 경기자극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정책의 측면에서는 미흡하나마 올해부터 조세의 감면이 시행되고, 지난해 하반기에 세 번에 걸친 금리인하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 근로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관철하기보다는 안정화시책에 협력하는 마음에서 임금안정을 우선시킬 각오를 하고있다.
대외적으로는 원유가와 국제원자재가의 안정과 선진국의 실업대책, 고금리하락등으로 하반기부터는 세계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에따라 국제무역도 작년의 제자리걸음에서 올해에는 3·5내지 4% 신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82년의 경제동향을 개관하면 불황의 그늘은 거치고 경제활동이 본궤도에 올라갈 것으로 확신해도 좋을 것 같다.
문제는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당연히 제기될 가격인상과 수입수요증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정하여 물가안정과 국제수지적자폭축소를 기하느냐는 것이다.
전경련은 기업의 자생력충실과 기술도입 및 혁신으로 고가품수출에 힘쓰는 등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모두가 바람직한 대응책이므로 전산업계가 손발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실제적인 작업이 꾸준히 지속되어야한다.
일부 대기업에서 작년에 벌였던 무모한 초임인상경쟁이나 기회만 있으면 가격을 대폭 올리려는 가격인상공세가 되풀이된다면 전경련의 공약은 공약이 되고 만다.
우리의 기업도 국제무대에서 계속 활약하려면 과감한 기술도입과 축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원가부담을 흡수해 내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 급선무다.
물가안정. 국제수지개선에는 기술혁신이 절대적 요건이다.
민간주도경제에의 이행은 기업계 자신이 국민경제에 공헌하고 안정과 성장을 이끌겠다는 결의와 실천에서 도출되는 것이며 그것은 기업의 끊임없는 자기개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