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촌티는 벗기고 분위기 입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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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패션 70s’에서 천재 디자이너 더미 역을 맡은 이요원. 니트, 굵은 벨트, 펜던트 목걸이 등을 활용한 히피 레이어드룩으로 자유롭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제공=마이데일리

▶ 고준희 역을 맡은 김민정은 화려하고 클래식한 복고풍으로 사랑스러운 여성의 이미지를 한껏 살렸다.

드라마 패션이 지배하는 시대다. 재밌는 내용 못지 않게 주연 배우가 무엇을 입었느냐가 젊은이들 사이에선 무시할 수 없는 패션 코드. 지난해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이 입었던 볼레로 카디건(길이가 짧은 니트)이 그랬고, 올해 '쾌걸춘향'에 나온 한채영이 연출한 귀여운 스쿨걸 룩이 그랬다. 이런 따라 입기 열풍에 이젠 아예 제목에 '패션'이란 단어를 내세운 드라마가 나왔다. SBS의 '패션 70s'가 그것이다.

이 드라마가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요원.김민정 같은 여배우들 의상에 복고풍 코드를 가미했기 때문이다. 이미 패션 리더들에게는 어머니 장롱에서 꺼낸 듯한 옷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 70s'의 주된 배경인 70년대는 흔히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표되지만, 패션의 관점에서는 판탈롱에서 히피 룩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한 룩이 유행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뚜렷한 유행 패턴이 없이 잔물결만 일고 있는 지금과 왠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때나 무턱대고 당시 유행 스타일을 걸치고 다닐 수는 없는 일. 이럴 때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것이 드라마속 패션이다. '패션 70s'에서 의상을 맡은 SBS아트텍의 이성훈 디자이너도 "시대물이니 만큼 고증을 거쳤지만 지금 당장 입어도 멋스럽게 보일 수 있는 의상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과거와 현재의 퓨전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더미 역을 맡은 이요원의 패션을 보자. 열정을 지닌 천재 디자이너의 특성을 드러내도록 히피 레이어드 룩(겹쳐 입기)을 보여주고 있다. 자유롭게 걸친 니트가 주가 되지만 원색의 굵은 허리 벨트와 웨지 힐(통굽 샌들), 펜던트 목걸이가 눈길을 끈다. 사실 이런 아이템들은 올 여름 패션계에서 유행을 예감하고 있는 것들이다. 결국 완전한 복고라기보단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보다 복고풍에 가까운 차림은? 고준희 역을 맡은 김민정의 패션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 극 중에서도 화려하고 사랑받기 원하는 디자이너로 나오는 김민정은 이요원과는 다른 클래식한 복고를 시도했다. 깔끔한 헵번 스타일의 원피스에 머리에는 굵은 헤어밴드나 챙이 넓은 모자, 재키 스타일의 왕선글라스가 올라간다. 색깔도 파스텔톤이 아닌 선명한 컬러가 많고 옷 깃도 70년대 식으로 상당히 크다. 오히려 이런 정통 복고가 눈에 설지 않고 신선해 보이기까지 한다.

올 들어서는 예년에 비해 드라마에서 나온 유행 아이템이 거의 없다. 드라마 패션 매니어들이 '패션 70s'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조도연 기자

*** '패션70s' 의상 자문 미스지콜렉션 디자이너 지춘희씨

"이요원씨는 열정이 있는 멋진 여자, 김민정씨는 어린 마릴린 먼로 같은 예쁜 여자로 만들고 싶다."

'패션70s'에서 의상 기획에 참여한 미스지콜렉션의 지춘희 디자이너를 만났다.

-드라마 속 의상이 의외로 촌스럽지 않다.

"70년대 의상이 주가 되지만 완벽한 고증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젊은이들도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일종의 퓨전이다."

-내 눈엔 김민정의 패션이 쏙 들어온다.

"김민정씨는 몸매가 정말 예쁘다. 그런데도 이전 배역에선 몸매를 드러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원피스 등으로 정말 예쁜 여자의 이미지를 보여 주려 했다. 그러니 더 여성스럽고 특히 남성의 눈에 아름답게 보일 거다."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디자이너고, 드라마 의상도 많이 한 걸로 아는데.

"그동안 김종학 프로덕션과 일을 많이 했다.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에서도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고 이번엔 패션이라는 소재를 다룬 드라마라 더더욱 같이 작업하게 됐다. 나는 드라마에서 내 옷이 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좋은 화면에 좋은 의상을 보이면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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