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魔돈나' 떨칠 수 없는 마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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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팝계의 뱀파이어와 같은 존재다. 그녀를 제거할 방법은 없다. 그녀는 모든 악평과 '이제 마돈나는 끝났다'는 예언을 모두 초월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미상에 관한 책을 쓴 토머스 오닐이라는 작가는 마돈나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그녀를 '팝의 여전사'로 치켜세우는 것과 달리 그는 마돈나라는 한 여가수가 지닌 문제성과 영향력, 그리고 긴 생명력을 뱀파이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한 것이다.

마돈나가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는다. 그녀가 '마돈나'(Madonna)라는 앨범으로 처음 데뷔한 때가 1983년.

데뷔 당시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 '머티리얼 걸'(Material Girl) 을 부르며 마치 대중을 조롱하듯 외설적인 몸놀림으로 무대를 휘젓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20년 후에도 정상의 스타로 군림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파격과 변신.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마돈나도 없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그녀가 최근에 발표한 열 번째 앨범 '아메리칸 라이프' 역시 화제의 중심에 있다.

◇뮤직 비디오, 反戰 대 평화=마돈나의 최신 뮤직 비디오 '아메리칸 라이프'는 두 가지 점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역시 마돈나"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 파격적으로 연출된 것이 그 하나라면, 전에는 어떤 비난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뮤직 비디오에 손대지 않던 그녀가 반전(反戰)에 민감한 미국내 분위기 때문에 이 비디오를 수정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충격이다.

*** '부시에 수류탄' 장면 빼

먼저 만든 비디오는 반전에 대한 암시가 강렬했다. 사막 위의 군용 헬리콥터와 줄지어 날아다니는 제트기, 미 성조기, 원자 폭탄으로 피어오르는 버섯 구름과 아랍 어린이의 천진한 눈망울….

여기서 마돈나는 패션쇼 같은 현장에 자동차를 타고 벽을 뚫고 달려와서 욕설을 퍼붓고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흡사하게 생긴 남자에게 수류탄을 던진다(이 남자는 수류탄을 손으로 받곤 이를 라이터 삼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이 비디오가 방송을 타기도 전에 미국인들의 싸늘한 시선이 여기저기서 감지됐음은 물론이다.

결국 마돈나는 앨범 출시를 눈앞에 두고 "요즘처럼 민감한 분위기에서 이 비디오가 방송되는 게 적합치 않을 것 같다"며 비디오 수정을 발표했다.

급하게 재편집해 배포한 비디오에는 아쉽게도 극적으로 연출된 장면이 모두 빠졌다. 새 비디오는 세계 각국의 국기를 배경으로 노래 부르는 마돈나의 얼굴만 지루하게 비추고 있다.

◇인생관이 변했다=많은 이들이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노래에 담긴 그녀의 변화다. '아메리칸 라이프'는 사실 반전보다는 물질주의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환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름을 바꿔야 할까? 그러면 성공할 수 있을까? 살을 빼야 할까? 그러면 스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노래를 시작하는 그녀는 "앞서 가려고 노력했어. 정상에 머무르려고 애썼지. 내 역할에 충실하려 했어. 그런데 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노력한 것인지, 내가 왜 더 많이 원했는지 다 잊어버리고 말았어. 이런 현대 생활, 나를 위한 것일까? 이런 생활이 공짜일까?"라고 묻는다.

"나는 그저 아메리칸 드림 속에 살고 있을 뿐이며 (세상) 모든 것이 겉보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고백이다.

한 인터뷰에서 마돈나는"지난 20년을 돌아보니 일과 명성에 있어서 흔히 말하는 성공을 이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물질적인 것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데, 지금와서 보니 그것들은 그다지 중요한 것들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최근 USA 투데이는 "마돈나는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기 위해 또 그렇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지난 20년 동안 부와 명예를 얻은 그녀가 이제는 삶의 의미를 추구한다"고 썼다.

최근 라디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또 "우리 미국인들은 부자가 되는 것, 성공하거나 유명해지는 것을 중시하는 피상적인 아메리칸 드림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정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사랑이고, 연민의 감정을 갖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젠 삶의 의미 추구"

◇악평을 넘어='아메리칸 라이프'는 그녀가 '뮤직'이라는 앨범을 발표한 지 3년 만에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 앨범에서 그녀는 모두 12개의 곡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음반은 한마디로 복고적 사운드와 현대적인 사운드의 결합이 두드러진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1970년대 디스코 리듬, 그리고 다양한 소리 변조 등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수록곡 전반에 녹아 들었다. 새로운 사운드를 시도한 데 대해 음악적으로는 더욱 성숙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20년간 그녀는 시각적으로는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스타일리스트였고, 지적인 가사와 탁월한 멜로디를 선보여왔지만, 결코 개척적인 음악을 선보인 뮤지션은 아니었다"며 "이번 앨범의 문제는 좋은 곡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몇몇 언론은 "마돈나, 당신은 좀더 쉬어야 한다"며 인신 공격적인 평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마돈나의 반응은 역시 그녀답다. "평론가들은 20년 동안 나에 대해 마구 써왔으니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내 음반을 사는 팬들이 있다는 것이다. 평론가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든지 내가 신경써 왔던가? 난 리뷰를 읽지도 않는데? "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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