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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호씨, 감사원 유전사업 조사 뒤 청와대 9번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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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집중 면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김 전 차관이 대응 방안을 사전 조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의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 사건(오일 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인 권영세 의원은 6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청와대 경호실의 출입기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모두 13차례 청와대를 방문했다"고 공개했다. 또 "이 중 아홉 차례는 지난해 말 감사원의 초기 감사가 시작된 이후에 집중돼 있으며, 만난 청와대 관계자들의 격도 점점 높아졌다"고 말했다.

권 의원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감사원 감사가 본격 착수(2월 말)된 직후인 3월 2일 김병준 정책실장을, 9일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을 만났다. 또 검찰 수사(4월 12일 시작) 착수를 전후한 8일과 15일 김우식 비서실장도 잇따라 만났다.

<표 참조>

권 의원은 "김 전 차관은 4월 12~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오지 않을 만큼 건교부 일에서 떠나 있었는데 이틀 후 청와대를 방문해 김 비서실장을 만났다"며 "건교부 일로 만난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청와대와 김 전 차관이 유전 개발 의혹의 대응 방안을 전반적으로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권 의원이 공개한 출입기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유전 개발 의혹이 언론에 보도(3월 27일)되기 직전인 3월 22일과 25일 김병준 정책실장을 만났고, 감사원 초기 감사가 진행 중이던 1월 3일과 6일엔 박정규 당시 민정수석을 만났다.

권 의원은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쥔 김 전 차관이 이처럼 청와대를 들락거렸는데도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이들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청 유전사업이 시작된 경위▶청와대의 지원 및 연관성▶유전사업을 갑자기 포기하게 된 경위 등을 3대 의혹으로 규정하고 "특검을 통해 청와대 및 관계자가 거짓 해명을 했는지, 축소.은폐했는지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이 4월 8, 15일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당시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며 "철도공사 유전 개발에 대해 얘기가 오간 것은 없으며,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당시 상황 점검회의에는 김영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과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이강철 시민사회수석 등도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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