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구매대행, 3300만원 전파인증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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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2월부터는 구매대행 방식으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스마트폰이나 TV 값이 비싸지게 됐다. 개정 전파법에 따라 개인 소비자 대신해 물건을 수입·배송해주는 구매대행 업체들이 많게는 수천만원대 비용이 드는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구매를 활성화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자는 사회적 분위기나 정부 입장을 거스르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오는 12월 4일부터 공식 총판수입업체가 아닌 구매대행으로 스마트폰이나 TV를 해외에서 사오려면 정부로부터 전파 적합성 평가(전파인증)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각종 전자기기에 대해 전자파적합성(EMC)과 무선 기능, 전자파 인체영향 등을 평가하는 제도를 모든 구매·수입대행 업체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공식 수입·제조·판매자들만 평가를 받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파인증은 수입기기가 다른 통신망이나 통신기기에 혼선을 주는지, 전자파흡수율이 국내 규정에 맞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구매를 통해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은 가격 부담이 늘게 됐다. 구매대행업체들이 정부에 내야하는 수천만원대의 인증 비용은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 의원이 미래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파인증 비용이 가장 높은 스마트폰을 국내에 들여오려면 기종 당 시험비용 3300만원에 수수료 16만5000원까지 총 3316만5000원을 구매대행업체가 내야 한다. 주문을 받은 구매대행 업체가 아이폰6를 들여온다면 구매 대수에 관계없이 3000여만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국내와 해외에서 제품 가격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많은 TV 역시 150만원 이상의 시험비용이 든다.

 또 다수의 기업이 같은 제품을 들여올 때, 수입업체마다 중복해서 전파인증을 통해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영어 등 외국어로 된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구매(직구)하기 불편한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구매대행 소비 트렌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장병완 의원은 “결과적으로 해외구매를 통해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국내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기존 수입업체와 제조사들만 이롭게 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개인 해외직구와 구매대행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해외직구는 1인당 1대까지 전파인증이 면제된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구매대행 업체와 개인 소비자의 해외직구를 구분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를 통한 해외구매(직구 포함)는 2012년 7억720만 달러에서 지난해 10억4003만 달러로 급증했다. 올해도 지난 8월말 기준 9억5446억 달러어치가 수입됐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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