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루머와 춤추다 막내린 81증시|종합지수로는 주가 46%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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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4일의 납회로 81년 증시가 막을 내렸다. 3년내리 죽어지내다가 모처럼 고개를 들었지만 숱한 루머와 주가의 기복속에 유난히도 요란한 증시였다. 주식시장의 개황을 정리해보면 우선 1백22.4(75년=100)에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가 1백78.6선에서 끝났으니까 한햇동안 46%나 올랐다. 지난해의 3.6%상승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큰 오름세다. 그러나 주가동향을 들여다보면 투자와 변칙등락의 연속이었다.

<기업공개 2·유가증자 78건>
워낙 주가수준이 낮은 탓도 있었겠지만 4월 하순 한일은행의 민영화발표를 기점으로 주가는 가파르게 치닫기 시작했다.
까닭을 알 수 없는 경기회복심리가 팽배하면서 불과 2개월 사이에 주가는 연초시세의 평균 2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하루평균 거래량도 평소의 3배인 2천만주를 예사로 넘어섰다.
역시 급등은 급락을 몰고 왔다. 7월7일 2백26.1(종합주가지수)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연일 내리받기 시작했고 투기바람에 멋모르고 뛰어든 상투잡이들만 또 한번 당했다.
올림픽개최소식으로 잠시 반짝했으나 뒤이어 터진「사다트」암살사건으로 유야무야 되었고 마지막 기대였던 대륙붕석유시추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결국 한판해서 끌어올린 상반기 주가를 하반기 내내 까먹은 것이 올해 장세의 흐름이었다.
업종별로는 왕년의 인기주였던 건설주가 다시 저력을 발휘, 거의 독무대를 이루다시피 했다.
주식거래액 기준으로 볼 때 건설주에 몰린 돈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고 주가의 상승폭도 1백10%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석유화학주와 전기·기계주에 몰린 돈이 각 24, 23%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나 금년에는 둘다 10%이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가전회사들의 심한 저자와 중화학공업체들의 부실경영이 노출된 반면, 건설업종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린 때문이다.
올 한햇동안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삼성종합건설로 연초시세 2백17원하던 것이 6백원으로 1백76.5%나 뛰어올랐고 그 다음으로는 한국건어 1백69.6%, 미강건설 1백58%등의 순서로 역시 건설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가장 손해본 주식은 이미 사양산업으로 낙인찍힌 목재 및 가구업종으로 모든 종목이 연초보다 하락(13.8%)했으며 단일종목으로는 반도목재가 3백70원에서 코피 1잔 갑도 안되는 1백70운으로 56.8%나 떨어졌다.
등락이 가장 심했던 주식으로는 우창건설로서 최저1백43원하던 것이 5.6배나 되는 9백45원가지 뛰어 오르기도 했으며, 그밖에 삼성종합건설·한국건어·대우실업주식들이 모두 4배이상의 등락현상을 보였다.
거래가 가장 많이 되었던 주식은 정우개발로 1억7백만주, 대우실업 9천2백만주, 대한석유지주 8천8백만주등의 순으로 나타나 지난해 대한전선·럭키·금성사의 선두그룹이 모두 밀려났다.
투기장세는 전과 다름없이 풍성한 루머를 몰고 왔다. 모 종교재단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설에서부터 출발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에 관한 루머가 만발했다.
S주택의 경우 5월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따낸 단일공사의 수주액만해도 7억5천만달러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잔뜩 주가를 끌어 올려놓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금년전체의 수주총액이 6억4천만달러에 불과했었다.
K기업은 사장이 고관영수와의 결혼설로, J개발은 LNG기지공사 수주확정설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나 별 소득이 없었고 T철관은 고관의 인척 취임설로 한때 반짝했었으나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6월중에 발표되었다던 코리아펀드는 11월에 가서야 확정되었고 세법개정작업과정에서 흘러나온 주식거래의 실명제도입설은 잠시나마 증시 투자자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한 소문이었다.
당사자들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부터 꾸준히 나돌던 대우개발과 대우실업의 합병설은 1개월후에 사실로 드러났고 현대종합상사주식의 액면가분할이나 정우개발의 클레임설등의 경우 주거래은행도 까맣게 모르는데 증시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주가는 제법 올랐지만 기업들의 자금 조달 면에서는 단연 채권시장이 앞섰다.
지난해 9천억원에 달했던 회사채 발행액은 올 들어 1조2백억원으로 사상처음 1조원을 HF파했고 국공립발행까지 합치면 3조원에 달한다.
반면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기업공개 2건에 30억원, 유상증자 78건에 2천9백억원에 그쳤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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