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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이재경, 남자 골프 들었다 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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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재경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일 5번 홀에서 아이언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KPGA]

“키 커야 하니까 많이 먹어야죠.”

 12일 전남 순천 레이크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KPGA 코리안투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3위를 한 이재경(15·강진중3). 그의 아버지는 전남 강진에서 작은 콩나물 공장을 운영한다. 어려서부터 콩나물을 많이 먹어 물리기도 할 텐데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 지겨운 콩나물도 먹겠다는 것이다. 현재 키는 1m74㎝인데 1m80㎝까지는 커야 하겠단다. 앳된 얼굴이지만 기개가 보였다. 그를 후원하는 최경주 비슷한 매서운 눈빛도 슬쩍 보였다.

 대회에서는 마지막 날 6타를 줄인 박상현(31·메리츠금융)이 21언더파로 우승했다. 이재경도 우승 경쟁을 했고 큰 기록을 낼 뻔했다. 이재경은 만 14세10개월5일을 살았다. 이전 국내 프로골프 최연소 우승 기록은 이선화(28·한화)가 2001년 KLPGA MC스퀘어컵에서 기록한 15세3개월15일이었다. 국내 남자 프로골프 최연소 우승은 김대섭(33·우리투자증권)으로 17세2개월20일이다.

 만약 우승했다면 전세계 최연소 기록이다. 기네스북에는 이시카와 료(일본)의 15세8개월이 최연소 프로 대회 우승 기록으로 돼 있다. 이재경은 아마추어 대회에서 5승을 했지만 프로 대회에는 처음 나왔다. 압박감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뛰어난 샷을 했다. 아이언의 거리 조절이 컴퓨터처럼 정확했다. 이재경은 15번 홀까지 박상현·김태훈(29)과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러나 박상현의 퍼트가 워낙 좋았다. 16번과 17번 홀에서 먼 거리 퍼트를 넣으면서 도망갔다. 이재경은 3타 뒤진 18언더파 3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재경은 형편이 어려워 최경주 재단의 후원을 받는다. 재단 후원 선수로는 처음으로 최경주 대회에서 컷을 통과했고, 우승 경쟁까지 했다. 함께 경기한 박상현은 “최경주 선배의 포스가 보인다. 과감하고 거리도 나고, 세계 정상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재경은 “한국 남자 골프를 위해서라도 자만하지 않고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14언더파 공동 4위를 한 최경주(44·SK텔레콤)는 “재경이가 큰 꿈을 가지고 멋진 선수가 되기를 빈다”고 말했다.

순천=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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