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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법에도 없는 주민투표로 갈등 조장하는 삼척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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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삼척시의 원전유치 철회 찬반 투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삼척시는 지난 9일 원전유치 여부에 대해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67.9%에 투표자의 85%가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일견 주민의 절대 다수가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웬만한 시정사업이라면 철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찬반 투표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고, 따라서 원전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데 법적 효력이 전혀 없는 삼척시의 일방적이고 임의적인 여론조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투표의 대상이 된 원전은 이미 전임 시장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유치를 결정한 사안이다. 또 2012년 원전건설 예정지 고시까지 마친 국가사업이기도 하다. 이미 확정된 국가사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여론조사를 통해 철회 요구를 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주민 동의를 거쳐 추진하는 어떤 국가사업도 추후에 여론이 바뀌면 얼마든지 무산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이전 사업을 마구잡이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이래서야 국정의 안정성이 유지될 방법이 없다. 압도적 다수가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온 주민투표 결과도 실은 객관성과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전체 유권자가 아닌 투표 희망자들만으로 투표가 이루어져 그 결과 또한 전체 주민의 의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체 유권자 수(6·4지방선거)를 기준으로 하면 원전유치 반대 비율은 39.8%에 불과하다. 이는 주민투표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여론 조작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삼척시는 법에도 없는 주민투표로 원전유치 철회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원전 건설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만일 원전 유치를 최종적으로 철회하겠다면 그에 따른 지역의 직·간접적인 손실비용(기대이익의 상실 포함)을 주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