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샘 송덕기옹<88세·궁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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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직까지 지팡이와 안경을 모르고 살아왔어. 해장국 한그릇은 거뜬히 비우지.』
아직도 70대로밖에 보이지않는 궁술가 송덕기할아버지(88·서울종로구사직동130의2)는 인왕산아래의 활터인 황학정까지의 비탈길을 오르면서도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는다.
송옹은 20세부터 70년가까이 활을 쏘아왔다. 작고한 선친이 구한말의 명궁으로 궁중에도 드나들었다고 한다.
1년전까지 황학정에서 매일 1∼2시간씩 활올쏘았으나 요즈음에는 기력이 달리고 사직동노인회장직을 맡은후 바빠서 별로 쏘지못한다.
『활을 쏘고 있으면 기분이 확 풀리지. 과넉을 보고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가 탕하고 놓아 화살이 팽하고 날아가 명중될때는 10년묵은 체증도 확 뚫려…』
활을 잡아당기려면 생각보다 팔힘이 많이 들기때문에 두다리에 힘을 꽉 주어야 잡아당길수 있어 정신통일과 함께 좋은 운동이 된다는것.
활시위를 탁놓으면서 숨을 후유하고 내쉬면 먹은 음식이 내려가는것 같아 2시간만 활을 쏘면 배가 고파진다고 송옹은 크게 웃었다.
송옹은 태어난 이후 사직동에서만 살아왔고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해 활터를 중심으로한 인왕산기슭이 운동의 터전이었다고 했다. 인왕산에서 우리나라고유의 태권도롤 배워 7단을 땄다.
26세부터 40세까지 불구축구단선수로 상해·일본에까지 원정했고 구한말에는 조선보병대에서 철봉과 목마타기(지금의 안마)를 가르쳤다고 자랑했다. 일제때부터 각종 궁술대회에 출전, 입상하기도했다.
송옹은 7남7녀중 막내이고 집안은 유명한 장수집안. 누님두분이 98, 96세로 생존해 있고 형님과 다른 누님70∼90대에 타계했다. 어머니는 89세에, 부인은 79년에 81세로 사별했다.
『담배끊은지가 꼭11일째야. 남은 여생도 건강하게 살아야지…』하루 1갑씩 담배를 피웠으나 가래가 끓어 의사의 권유대로 담배를 끊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팥죽으로 부인이 생존해있을 때는 자주 끓여주어 잘 먹었으나 요즈음에는 자주 못먹는다고 했다.
구운생선과 김치도 좋아한다. 현재는 혼자 살기때문에 해장국등으로 외식을 하는때가 많다.
작년까지 새벽5시30분에 일어나 황학정활터까지 올라가 아침체조와 활을 쏘았으나 요즈음에는 자주하지 못한다.
저녁에는 9시 TV뉴스를 보고는 무슨일이 있어도 잠자리에 들어 8시간은 잔다. 낮에는 노인정에서 주로 바둑과 장기로 소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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