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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32년사상 처음난항겪은 국방상회의의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소의 군비경쟁이 가속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진통을 겪고 있다. 9일 끝난 나토국방상회의는 나토32년사상 CJDA으로 공동성명도 없이 폐막됐고 11일까지 열리는 나토외상회담도 난항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제네바에서 계속되고 있는 미소간의 유럽배치핵무기 감축협상과 관련한 유럽미사일 배치에 관한 의견조정은 물론 회원국 사이의 이해조절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제네바의 미소핵무기감축협상은 협상개시이후 2회정도의 거북이걸음으로 그나마 극비로 진행되고 있어 나토동맹국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10일부터 시작된 외상회담에선 협상진전에 관한 미국측의 1차고보가 있을것으로 보이며 회원국들의 궁금증도 얼마간 풀릴것 같다.
회원국간의 이해조절문제는 현재 서구각국에서 저마다의 주장과함께 팽배하고 있는 평화주의운동, 군사독재의 대터키지원을 둘러싼 미-서구간의 마찰, 키프로스문제와 관련한 터키-그리스사이의 대립(74년7월 그리스장교들에 의한 정부전복, 그리고 터키군의 진주등으로 폭발한 키프로스문제는 50만명의 그리스계 주민과 12만명의 터키계주민이 서로 분리 거주하는등 아직 해결되지않고있다), 그리스사회당정부의 나토내에서의 입장등이 현안으로 돼있어 이번 회담에서 어떤결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그리스와 터키간의 대립은 심각한 것이어서 국방상회담은 그리스사회주의정부의 터키침공위협에대한 안전보장요구로 사실상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미국과 서구국가들의 견해가 맞서있는 터키문제는 특히 이번회담의 초점으로 양자간 아무런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나토회원국 가운데 직접 소련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나라는 노르웨이 말고는 터키뿐이며 보스포러스와 다다넬즈해협을 끼고있어 터키는 나토동남전선의 전략적 요충이 아닐수없다.
특히 미국의 대소감시기지의 대부분이 이곳에 집결돼있을뿐아니라 새로 등장한 그리스사회당정부의 대나토기여가 의문시 되고있는 현시점에서 나토의 대터키 의존도는 더 커질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와인버거」미국방장관이 앙카라를 방문, 필요할때까지 터키경제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한것이다. 미국이 터키와의 군사협력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터키의 이같은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여론의 압력을 심각하게 받고있는 서구동맹국들은 입장이 다르다.
나토에 있어서의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에 이의가 있을수는 없지만 군사독재 터키의 민주화가 더 시급하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때문에 인권과 정치적자유의 부활등 민주화를 가속시키는 압력수단으로 터키에의 경제지원을 줄이자는게 미국과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의 의도다.
터키문제는 인권문제등 민주화와 관련한 것 말고도 키프로스를 둘러싼 그리스와의 관계로 한층 더 어려운 문제로 부각되었다.
그리스의 사회당정부는 이미 대터키관계에서 나토동맹국들이 「어떤보장」을 그리스에 약속하지 않는다면 나토군사동맹체제에서의 탈퇴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었고 그리스의 국방상을 겸임하고 있는 「파판드레우」수상도 8일의 국방상회담에서 이같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회원국의 「영토보전」을 보장해야 하는 것도 나토가 맡아야할 책무중의 하나라고 지적, 보장이 안될 경우의 사태를 시사했고 미국의 대터키군사지원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했다.
「파판드레우」수상은 미국의 대터키군사지원이 양국간의 군사불균형을 초래할뿐 아니라 그리스의 국방예산증액을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파판드레우」수상의 이같은 지적들을 어의적으로만 검토할때 그리스의 즉각적인 나토탈퇴를 예고하는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들에 대한 동맹국들의 이해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사태가 달라질수도 있다는것은 확실하다.
한편 미국과 그리스간에 걸려있는 현안-그리스안의 미군사기지 점진적인 철수등-은양국간의 쌍무협정에 관한 일로 나토의 다른 동맹국들과는 이해가 걸려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회담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는 않지만 미-그리스간의 미묘한 관계가 회담장분위기에 얼마간 영향을 주었다.<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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