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총각선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물에 가 숭늉찾는다』는우리속담이 있다.지나치게 성미가 급한 걸 풍자한 말이다.
오늘의 우리사회가 진행되는 모양도 이만큼서 들여다보면 그런 느낌을 갖게된다.
때때로 어떤 정책입안을 보아도 그렇고 일상적인 사회생활의 모습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의「주영형교사 사건」을 둘러싼 뒷수습 과정에서도 역시 그걸 느끼게 된다.우리 문교당국자와 교사들은 이번의 사건을 거울삼아「사도」를 생각하고「교육」을 걱정하면서 한번 참애하고 자생하며 심기일전의 노력을 하는것도 바람직한 것이었다.
물론 우리 사회가 주영형 한사람때문에 교직자전체를 의심하고 질타하며 죄를 묻고 있는건 아니다.대다수 교직자들이 박봉에 과중한 업무로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보람스러운 스승의길을 가고있음을 모를 국민은 없다.
하지만 우리국민은 주영형사건이 우리 학원이 안고있는 부정적이고 타락된 측면의 가장 추악한 한 면을 보여주었을 지언정,오직 하나뿐인 특별한 사건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런만큼 우리문교당국과 교사들이 이 기회에 충분히 참회하고 반성하는것도 나쁠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사회의 일각에선 사도의 반성을 촉구하기 보다는 값싼 동정을 요청하고 나서는 분위기도 없지않다.실로 성급하기 이를데없는 센티멜털리즘이다.
한 사회의 발전은 언제나 겸허한 반성위에서 시련의 과정없이는 결코 이룩될수 없다.
오늘의 우리 교육계에서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그런 동정이 아니다.그보다는「존경받는 교육자」의 상을 스스로 지켜가고 또 쌓아가는 일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인간적인 고뇌와 자기수련이 따라야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요즘 일부 시·도교위가 내년부터 미혼남자교사의 여중·고교배정을 금지하기로 방침을 세운것은 우선 그 즉흥적인 발상에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
이것은 주와 같은 파렴치한 제자유린행위가 총각선생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것이라는 단순은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총각선생이 범죄자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발상은『모든 남자가 범죄자의 가능성을 갖는다』는 비약적 논리도 가능하게 한다.
그런 식으로 일을 당할 때마다 창황망조(참황망조)하여 성급히 즉흥적인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모든 정책은 형평도,순리도 잃게될 것이다.
그건 또 문교행정에 한정된 일만도 아니다.가령 상품권의 단속이란 행정도 그런 면에서 볼수있다.
우리사회에서 상품권은 수뢰의 도구요,공직자부정의 원인이고 불건전소비풍조의 모델로 규정되어 유통이 금지되고 있다.
이런 결정은 분명 원칙도 모호하고 척도드 없는 단세포적 사고의 소산이다.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사고가 판치는 위험한 한 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주영형과같은 사건이 일어났다고 여중·고교의 교사를 기혼자에 국한한다면,한걸음 더 나아가 금남의 학교도 만들어야할 것이다.그건 마치 교통이 혼잡하다고 거들을 모두 엾애고 벌레가 번성한다고 나무를 베는 어리석음과 무엇이 다른가.
『목욕물과 함께 어린아이까지 버리지말라』는 서양속담이 시사하는 바도 이와같다.
너무 성급한 나머지 본질을 잊거나 대본을 잃는 일은 없는가 한번 깊이 생각해볼 때다.
또 행정이 규제에 초점을 두어『…하지 말라』고 하는 자세도 고쳐져야겠다.『사치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는『검소하자』고 하는 편이 순리적이고 거부반응도 적다.
우리의 행정당국은 모든 문제를 너무도 안이하고 책임희피적인 입장에서 단순하게만 생각하는 것같다.그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은폐이고,기피일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